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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일 백전면 출신 남양주신문사 회장] 지도자(指導者)는 향기가 있어야
 
함양신문 기사입력  2024/11/18 [10:04] ⓒ 함양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울 밑에 봉선화의 청순함은 길 가는 이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아침이슬을 머금은 장미의 아름다움과 그 향기는 보는 이의 가슴에 평화를 가지게 한다. 초가지붕 위의 박꽃은 비록 향기는 내 코에까지 전달은 되지 않아도 그 집안의 운기를 예고하면서 평온함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꽃에는 각기 나름의 향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품격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면 꽃 중의 꽃은 어떤 것일까?

 

당연히 품격과 향기와 아름다움을 가진 꽃이라 할 수 있다. 낡은 담장이나 빛바랜 초가지붕 위의 하얀 박꽃. 보기에는 크게 자랑할 게 없는 것 같지만 결과는 꽃 중의 꽃이라 할 수 있다.

 

농업을 전문으로 하고 물질문명이 풍요롭지 못한 시절 박꽃의 열매는 우리들 생활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없어서는 안 되는 가정 필수품이었다. 박꽃에 열리는 잘 익은 박의 열매는 절반으로 갈라 가마솥에 삶고 말려서 갈고 닦아 식기로 사용했는데 모내기를 하고 논밭에서 들일을 할 때 밥도 반찬도 국도 거기에 담아 먹고, 심지어는 막걸리 잔으로도 이용이 되는 식사 도구로 대중화했다.

 

집집마다 걸려 있는 박의 바가지 수량에 따라 그 집의 정도를 짐작할 수도 있었다. 박 바가지가 많이 걸려 있으면 일꾼을 많이 이용하는 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박의 바가지에는 냄새는 없지만 향수가 진동했다. 들에서 점심식사 도중 길 가는 사람이 지나가면 바가지를 들고 식사하고 가시라고 권하기도 하고, 막걸리도 한 바가지 주며 마시고 가라고 하기도 했다.

 

더 중요한 것은 농사는 없고 식구는 많을 때 자고 일어나 바가지 하나만 있으면 이집 저집 돌며 십시일반으로 밥을 얻어다 먹는 도구로 사용되었으며, 어느 집 놀부 할아버지는 바가지를 뺏어 깨버리는 고약한 깍쟁이도 있었는데 밥은 못 줄망정 바가지는 깨지 말라는 속담이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박의 바가지 역할은 또 있다. 집안에 어른이 세상을 뜨면 집에서 3일 또는 5일장을 치른다. 안방에서 시신의 관을 운구하고 나올 때 방문 앞에 큰 바가지를 엎어놓고 맨 앞에 나오는 분이 바가지를 힘껏 밟아 깨트리는 데 사용한다. 그것은 귀신을 물리치고 미련 없이 떠나가니 후손들은 아무 탈 없이 잘살라는 의미였던 것 같다.

 

꽃에는 향기가 각각 다르고 역할도 다르듯이 사람에도 인격이 있게 마련이며, 인격과 인품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정과 사회 국가에도 격(格)이 있게 마련이며, 사람이 사는 어느 곳이든 가풍에서 사회의 기강으로 국가의 법치에 이르기까지 격에는 향기가 풍겨야 한다.

 

품격 있는 꽃의 향기가 사람을 매료시키듯 인격은 사람을 감탄시킬 수 있는 향기가 있어야 지도자(指導者)라 할 수 있다. 지도자의 인격은 말과 행동에서 나타나게 된다. 사람은 위치에 따라 달라야 한다. 사원이었을 때의 말버릇과 걸음걸이도 사장이 되었을 때의 행동과 언행의 표현은 달라야 한다.

 

사람은 그가 하는 말이나 행동에 따라 평가와 비판이 다르게 마련이다. 지도자의 말에는 지난 일의 평가에는 진실이 있어야 하고 미래 계획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말과 행동으로 지도자의 품격을 가지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두 가지의 일로 전부를 평가하게 되면 큰일에 낭패가 뒤따라오게 된다.

 

미련하고 상식이 없고 넓은 세상을 보고 듣지 못하면 나만의 꿈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게 된다.

 

눈과 귀로 사방팔방을 보고 듣는 것은 품격 있는 지도자의 덕목이다. 지도자는 국가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광범위하고 강하기 때문이다.

 

구약성서 잠언 편에 “쓸모없는 말은 네 입에서 버려야 하며 비뚤어진 말은 네 입술에서 멀리하라. 미련한 자는 그 입으로 망하고 그 입술에 의해 옭아 매인다.”라는 가르침이 있다. 이른바 지도층이나 정치인들의 요즘 유행시키는 말이 한심스럽고 듣기조차 민망하여 천박스러운 말들이 상투적이다. 상식의 도를 넘는 비난의 막말은 억제되었으면 하며, 격을 높여 국민이 존경할 수 있도록 향기 넘치는 말로 바뀌었으면 한다.

 

방어에만 집착하다 보면 어느 세월에 역사를 이룰 것인가?

정치인은 일반 국민들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방어보다는 역사를 두려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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