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암 소 재 우 본지 논설위원 © 함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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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개천절은 4354년 전에 우리나라를 처음 세운 날로 4대 국경일 중의 하루이다. 그러나 지금은 형식만 남은 국경일이 된지 오래다. 요즈음은 이 땅에 나라를 처음 건국한 시조(始祖) 단군(檀君)께 진정으로 존경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사람을 보기가 어렵다. 학생들은 옛날이야기로 안다, 이는 정체성 없는 국사 교육 때문이다. 국조(國祖)는 사라져 갈 뿐이다.
개천절이 가장 중요한 국경일인데도 역대 대통령이나 정치인이 사직동 단군 사당에 참배한 분이 없다. 기념식을 하면 당연히 사당에 참배해야 하지 않는가? 지구상 나라 중에 개국 시조를 아는 민족은 반도 안 된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를 문명국가 반열에 길을 열어준 시조가 누구인지 알 뿐 아니라 그분이 나라를 세울 때 이미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훌륭한 가르침을 펼쳤으니 얼마나 훌륭한 민족인가.
자기 나라 개국 시조를 박대하는 민족이 남에게 존경받을 수 없다. 우리 민족은 그 옛날부터 하늘을 섬겨 왔다. 시조 단군은 ‘하느님’의 직계자손이니 ‘고조선’은 물론 이후 여러 나라의 시조도 그 뿌리를 하늘에 두었다. 중국 문헌에 우리 민족은 시기마다 하늘에 제사하는 의식을 하였다. 하늘과 시조를 섬기는 것은 천지신명 중에 가장 높은 분을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데서 오는 기원(祈願)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유교가 지배하던 조선 시대에도 하늘과 단군 및 여러 건국 시조에게 제사를 봉행했다. 조선왕조는 단군을 중하게 여겨 단군 사당을 수시로 정비하고 제사를 나라에서 주관했다. 조선은 건국하자마자 왕건을 비롯한 역대 왕조의 시조 사당을 세우고 제를 지내 배달민족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선왕조에 대한 예의를 갖추었다.
고종이 황제로 등극한 후 먼저 한 일이 하늘에 제사하고 단군 사당을 보수하고 제를 지냈다. 이러한 후손들의 노력이 가상해서 음덕(蔭德)을 내리시어 오늘의 대한민국으로 성장했다고 본다. 시조 단군은 삼국시대부터 각 왕조가 빠지지 않고 제사를 받들었다. 우리 민족의 개국(開國) 시조이시니 당연한 예(禮)인 것이요 민족정신인 것이다.
역사를 아는 분들은 말하길 “한국사(史)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한국이 생존해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우리 민족 자체가 사라질 뻔한 위기가 여러 번 있었다. 겉모습은 있지만 민족 혼(魂)이 사라지면 민족이 사라진 것과 같다. 즉 정체성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내부의 돌연변이 공산군이 저지른 6.25 전쟁 때문에 민족 전체가 혼(魂)이 빠질 번한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용케도 남쪽이라도 살아남아 민족 문화의 말살을 막았다.
역사학자들이 말하길 “아시아에 두개의 기적이 있는데 하나는 중국이 공산화된 것이고 또 하나는 한국이 공산화되지 않은 것이다”라고 한다. 그래서 단군과 홍익인간의 유무(有無)형 문화유산을 지킬 수 있었다. 수천 년간 개국 시조를 모셨으니 산천초목도 감읍해 음덕을 발휘한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개국 시조와 역대 왕국 시조를 버리고 있다. 정권이 자주 바뀌니 더하다. 현 정권 들어서는 국민 누구도 관심 밖이다. 일부 종교에서 미신이라 치부해서 더욱 그렇다. 지방 자치 단체장에 따라 단군 제향을 챙기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 국가에서는 개천절 기념식만 하고 사당 참배는 안 한다.
제대로 된 나라는 제대로 된 품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나라의 격조는 지도자들의 사고(思考)를 보면 알 수 있다. 자기 역사를 어떻게 어떻게 대접하는가를 보면 그 나라의 품격과 정체성을 알 수 있다. 미국인들은 워싱톤, 링컨의 잘못을 덥고 공을 앞세워 훌륭한 대통령으로 존경한다. 우리는 단군은 물론 역대 대통령의 잘못을 들춰 깎아내리기 바쁘다. 자기 국민이 귀하게 여기지 않는데 남들이 귀하게 여길까?
대한민국이 개국 시조를 받드는 것은 우리가 개국 국훈(國訓) 홍익인간의 정신을 닮으려는 것입니다. 즉 선조의 개국 정신을 잊지 않으려는 것이다. 자식에게 효(孝)를 가르치면서 국조는 버리는가? 그러니 마땅히 국가 차원에서 단군 사당 참배는 물론 지방 자치단체가 사당 건립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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