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고 > 송암 소재우
[송암 소재우] 매운 고추에는 열무김치가 제격, * 밥상머리 교육의 필요성 *
 
함양신문 기사입력  2021/07/26 [10:11] ⓒ 함양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송암 소재우 본지논설위원   © 함양신문

  옛부터 전해오는 말에 ‘밥상머리 교육’이란 말이 있다. 농경사회의 대가족일 때는 흩어져 일하다가 식사 때가 되면 모여서 같이 먹게 되는데 이때 어른들의 훈계나 서로 간의 생각을 말하게 된다.

 
 이와 같이 가족끼리 식사할 때 칭찬을 하면 기분이 좋아 소화가 잘되고 부모의 말씀도 잘받아 드리게 된다, 반면 극성스런 부모가 애들에게 단점을 말하거나 꾸중을 하면 기분이 나빠 밥맛도 없고 소화도 잘 안 된다.

 
 한 가족의 밥상머리 교육 흐름이 아들의 좋은 점을 칭찬하는 유형이 아니라 아들의 단점을 비난하는 유형의 가족이라면, 자기가 그런 가족과 살고있는 아들이라면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는 힘든 환경의 가정이라고 본다.

 
 가정에서는 서로의 장단점을 안아주는 것이 가족의 도리라 본다. 비난을 마음에 품어 쌓아두지 않아야 우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넉넉한 칭찬을 하는 반면 단점에 대한 배려가 건전한 인성의 기본이라 본다. 말을 함에 조심하라는 것이다. 내가 어릴 때 격은 일을 되새겨 보련다.

 
 초등학교 때 6.25 전쟁 중에 폭격을 맞아 파괴된 집(관사)을 수복 후 수리하면서 잠시 쉴 때 일꾼들 샛 요기로 막걸리와 풋고추 안주 등을 어머니와 할머니가 가져와서 상을 차려주었다. 어른들이 술을 마시고 풋고추를 된장에 쿡 찍어 와삭와삭 먹는 모습을 보고 어린 마음에 먹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그 순간 호기심 많던 나는 용기를 내어 안주상 앞으로 가서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입에 넣고 와삭와삭 씹는 순간 견디기 어려운 매운맛에 숨이 멎는 것 같아 오만상을 찡그리며 내뱉으려 했다. 그 순간 뒤에서 지켜보던 할머니가 “았다! 내 강아지! 매운 고치를 잘 먹네!” 하면서 손뼉을 치자 옆에서 보고 있던 일꾼들도 나를 보며 박수치는 것이다. 숨 막힐 정도의 매운맛보다 박수 치는 할머니와 어른들의 눈빛 때문에 입속에 있는 풋고추를 일단 꿀꺽 삼켜버렸다. 뱉을 줄 알았던 고추를 삼켜버리자 어른들은 더 크게 환호하여 주었다.

 
 그러자 잠시 후 어머니가 얼른 오시더니 쉰 열무김치를 입에 넣어주셨다. 신기하게도 열무김치를 우물거리자 매운맛이 수그러 들면서 숨을 쉴 수 있었고 할머니가 찬물을 차례로 먹여주셨다. 그 후 나는 고추가든 음식은 잘 안 먹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가끔 매운 풋고추를 먹을 때면 할머니와 동네 어른들의 박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매운맛을 상쇄시키려고 열무김치를 내 입에 넣어주시던 어머니의 지혜와 사랑을 먹는 것 같은 따뜻함을 느낀다.

 
 70년 전의 할머니와 마을 사람들이 풋고추 잘 먹는다고 칭찬과 격려로 먹여주던 열무김치 덕분에 나는 아무리 어려운 고비도 좌절하지 않고 뚫고 나가는 성격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했으며 조직 생활에서 경쟁과 비난 등 어려운 삶의 질곡을 잘 헤쳐 왔다. 그래서 현직에 있을 때 각종 연구실적 상을 40여개 받았다. 이렇게 칭찬과 격려의 경험은 한 사람에게 평생 자신감을 주고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지속되게 하는 관성(慣性)을 주는 것 같다.

 
 칭찬과 격려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일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칭찬과 배려가 필요한 곳은 학교와 회사 군대 등 조직사회라고 본다. 윗사람이나 고참들이 어설프고 불안한 아랫사람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면 그 조직을 평생 잊을 수 없는 고마움으로 생각할 것이다. 매운 고추를 먹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꼬마를 칭찬하며 격려했던 마을 사람들의 지혜가 바로 ‘밥상머리 교육’으로서 위대한 자신감의 충전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조그만 키에다 곱게 빗은 머리에 하얀 모시 적삼 입고 걸어서 30리길 장에 오셔서 나물 고추 등을 주고 하시던 할머니, 풋고추 칭찬과 열무김치 격려의 위대함을 가르쳐 주신 할머니, 불효 손자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못난 손자는 매년 할머니 산소 벌초를 하면서 효에 가름합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함양신문
 
 
[송암 소재우] 매운 고추에는 열무김치가 제격, * 밥상머리 교육의 필요성 *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고운주유소

가장 많이 읽은 기사
지리산천왕축제, 강력한 희망메시지를 전하다 / 함양신문
안의초등학교 88회 졸업생 삼익우회 모교에 발전기금 100만원 쾌척 / 함양신문
지리산서 천종산삼 5대 가족 발견 / 함양신문
국태민안, 세계평화 기원, “2021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성공기원 “제6회 지리산마고예술제”열려 / 함양신문
제2차 국가도로망종합계획(2021-2030) 확정…남북6축 신설 성과 / 함양신문
면역력부터 건강·활력까지 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에서 다 챙기세요! / 함양신문
‘사랑해’, 상림공원 고운별빛길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어린 남매 / 함양신문
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에서 에너지 높이고 활력 충전하고 가이소! / 함양신문
2021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 개막 이후 순항 중 / 함양신문
‘잘 부탁해~ 말아’, 승마를 체험하기 전 말에게 당근을 주고 있는 어린이 / 함양신문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