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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우 김경수 전 대검중수부장, 사법제도 신뢰 훼손하는 ‘한명숙 구하기’ 한명숙 사건 뒤집기(한명숙 구하기)의 진실
사면을 위한 명분 쌓기와 검찰 길들이기로 비쳐, 한명숙 사건에 대해 한명숙은 본인의 입으로 직접 말하고 책임도 져야
 
함양신문 기사입력  2021/04/12 [09:53] ⓒ 함양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향우 김경수 전 대검중수부장   ©함양신문

 

 국가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한명숙 사건 뒤집기(한명숙 구하기), 그곳에 한명숙은 없다

 한명숙 사건의 논쟁속에 정작 본인의 목소리는 없어

 떳떳하다면 한명숙 본인이 직접 링 위로 올라와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인생은 극적(劇的)이다. 결혼하자마자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된 남편의 옥바라지에 10년 넘는 세월을 보냈다. 본인도 공안사건으로 2년 6월의 감옥 생활을 했다. 긴 세월, 인고(忍苦)의 시간이었으리라. 그런 연유로 40세가 넘어서야 외아들을 얻었다. 30년여 전부터 호주제 폐지, 성매매특별법 제정 등 약자였던 여성 인권을 위해 힘써왔다. 무시당하고 학대받던 여성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헌신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장관과 국회의원을 거쳐 한명숙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가 됐다. 인고의 삶과 약자를 위한 헌신은 그를 운동권 진보좌파의 도덕적 상징이 되게 했고, 화려한 정치 경력과 자애로운 어머니 같은 외모는 그를 친노의 정치적 대모(代母)라 불리게 했다. 무엇보다 그는 기독교 신자이다. 욥기를 읽으며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약자의 눈물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도 신앙적 결단의 표현이었으리라.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인가. 청주 한씨 종친 건설업자 한만호로부터 3회에 걸쳐 받은 9억 원의 정치자금이 한명숙을 무너뜨렸다. 기소 후 장장 5년간의 재판 끝에, 2015년 8월 대법원은 그의 정치자금 수수를 유죄로 확정했고, 그는 2년을 복역한 뒤 만기 출소했다. 그는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라는 명예와 함께 최초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국무총리라는 씻기 힘든 불명예도 안았다. 정치와 돈의 얽히고설킨 숙명적 관계 때문일까? 화려한 세월의 그늘에서 자라난 교만 때문일까? 미국에 유학 간 아들에 대한 모성애 때문일까?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9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으로 무너진 것은 한명숙 개인만이 아니었다. 한명숙의 몰락은 그가 상징했고, 그가 대표했던 진보좌파의 도덕성에도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악(惡)보다 더한 것이 위선(僞善)이라고 했다. 같은 유(類)의 조국 전 장관 일가 비리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지만, 충격의 정도나 상처의 깊이는 한명숙 사건이 더 컸다.

 

진실의 판단은 궁극적으로 신(神)의 영역이다.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고 진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명숙에 대한 유죄판결은 그냥 내려진 것이 아니었다. 3회에 걸쳐 돈을 받는 장소가 바뀌는 과정이 부정한 돈을 받는 사람의 심리상태와 일치한다. 요청받은 기한에 수표를 현금으로 다 바꾸지 못하자, 어쩔 수 없이 한명숙에게 수표 1억 원을 전달하게 된 경위는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다. 한만호의 계좌에서 나온 1억 원 수표가 한명숙 동생의 전세자금으로 쓰인 것도 금융거래로 확인된다. 주고받은 돈에 미국 달러가 포함된 것이 한명숙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고, 그가 왜 그런 요청을 했는지도 자연스럽다. 한만호의 건강이 악화되고 사업이 부도나자 한명숙이 현금 2억 원을 되돌려준 것도 사실이다. 한명숙은 검찰의 소환에 일체 불응했고,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국무총리를 지낸 국가의 원로라 할지라도 피고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럴 수 있다. 세상의 법률이 보장하는 피고인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앙인의 자세는 세상 법과는 다르다.

 

‘한명숙 사건 뒤집기’가 진행 중이다. ‘무죄를 확신한다’던 대통령의 언급 때문인지, 진보좌파 인터넷 언론이 앞장서고 여권 핵심인사들도 ‘대모 구하기’ 대열에 나섰다. 비망록, 모해위증교사, 재심, 합동감찰 등 생경한 용어가 등장하나 연극의 소품에 불과하다. 편 가르기가 일상이 된 탓인지, 박범계 법무장관도 등장한다. 책상 가득 펼쳐 놓은 6천 쪽 사건기록을 검토하는 박 장관의 모습은 추미애 전 장관의 온갖 기행(奇行)을 떠올리게 한다. 누구에게, 무엇을 위해 이 사진을 보이고 싶었던 것일까? 그 모습에 헛웃음이 나오면서도 그의 처지가 측은하기만 하다. 이미 나온 무혐의 결론을 뒤집기 위해 장관의 지휘권이 발동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다 해서 진실이 뒤집힐 수 있을까? 이 사건으로 그들이 입은 도덕적 상처를 추스르고, ‘대모’에 대한 사면의 명분을 얻으려는 것일까? 혹여 차제에 말 안 듣는 검찰을 옥죄고 길들일 수단을 찾으려는 것은 아닌가? 철 지난 한명숙 사건을 둘러싸고 국가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가운데 당사자 본인의 모습은 없다. 떳떳하다면 이제 한명숙 본인이 직접 링 위로 올라와야 한다. 남의 입을 빌려 변죽만 울리고 뒤에 숨을 일이 아니다. 본인의 입으로 직접 말해야 하고, 책임도 본인이 져야 한다. 이것이 한명숙 전 총리의 국민에 대한 도리이고, 신앙인으로서의 자세이다. [동아광장 2021. 4. 8.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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