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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 정일상]인욕바라밀(忍辱波羅蜜)
 
함양신문 기사입력  2020/03/23 [10:02] ⓒ 함양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청암 정일상 시인.수필가 본지 논설위원  함양신문

불경(佛經)에 <인욕바라밀(忍辱波羅蜜)>이라는 것이 있다. 육바라밀(六波羅蜜)의 하나로 아무리 곤욕(困辱)을 당하여도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 참고 견디는 수행(修行)을 말한다.

 

그럼 바라밀(波羅蜜)은 무엇일까 이다. 열반(涅槃)에 이르고자 하는 보살의 수행법으로, 태어나고 죽는 현실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번뇌와 고통이 없는 피안(彼岸)의 세계로 건너간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육바라밀이란 피안에 이르는 여섯 가지 수행법인 것이다.

 

그 중 인욕바라밀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도록 하겠다. 인욕바라밀은 타인으로부터 받는 박해와 고통을 잘 참고 원한과 노여움을 없앰으로써 마음이 안주(安住)하는 것이며, 이렇게 부처님의 뜻을 받들어 인욕 심을 발하고 인욕바라밀을 성취한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참된 불보살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인욕바라밀을 성취하려면 몇 가지 사항을 유념해야 한다.

 

첫째, 모든 사람의 과오(過誤)를 보지 말아야 한다. 마음이 평온하다가도 상대방이 잘못하는 것을 보면, ‘저 사람이 어찌 그럴 수가 있어?’ 하고 욱하고 화를 내게 되기 때문에 과오를 보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 위선을 벗고 솔직해져야 한다. “어제는 자네 때문에 기분이 나빴어,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니 이해가 되더구먼, 미안하네.” 이렇게 솔직한 자기반성이 뒤따라야 인욕을 잘할 수 있다.

 

셋째, 남이 욕하더라도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화내지 말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그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상대를 미워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 가지로 인욕수행을 하면 일체의 상(相)이 여의어지고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인욕이 얼마나 어려우면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일까 이다.

 

근세 한국불교계의 대강사(大講師)로 유명한 한 스님의 이야기이다. 후학의 양성에만 애를 쓰셨던 그 스님은 어쩌다 살인 사건에 연루되었는데, 살인자가 누구인 줄 알면서도 누명을 쓰고 잡혀갔다. 하지만 스님은 부정하지 않았다. “예, 제가 죽였습니다.” 라고 하여 감옥살이를 하게 되었다.

 

그러자 그 사건을 잘 아는 사람들이 찾아 와서 물었다. “왜 그렇게 대답하셨습니까?” “내가 바로 말을 해버리면 그 사람이 감옥에 가야하잖아.” 이 정도 되면 가히 인욕의 대가인 거룩한 부처가 아닐 런지 싶다. 그런데 그때만하더라도 일제 말기의 대처승 시절 이어서 그 스님도 아내가 있었다.

 

아내는 날마다 면회를 왔고, 올 때마다 자신의 상좌와 함께 찾아오는 것이었다. 참으로 아내도 상좌도 고맙기 그지없었는데, 출소를 하고서야 두 사람이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알 게 되었다. 남을 대신하여 살인죄를 덮어쓰고 감옥 까지 갈만큼 너그러운 스님이었지만 이 일만은 참을 수가 없었다.

 

상좌에게 아내를 빼앗긴데다, 믿었던 두 사람에게 속았다는 생각에 얼마나 화가 났던지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았다. 치미는 화를 억누르기도 무수히 해 보았지만 분노를 삭일 수가 없었다. 마침내 아내와 상좌는 트럭을 하나 빌려 짐을 모두 싣고 떠나게 되었다. 그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스님은 눈이 멀어버렸다.

 

그 뒤 스님은 수덕사에 계신 고봉(高峰 : 1890~1961) 큰스님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였고, 이야기를 다 들은 고봉 스님께서는 큰소리로 “악!” 하고 할(喝)을 하셨다. 그 순간 눈 먼 스님은 깜짝 놀라면서 제정신으로 돌아왔고, 눈도 다시 보이게 되었다.

 

참는다는 것이 이만큼 어려운 것이다. 실로 이 사바세계에 살면서 인욕 하나만 제대로 이루어지면 바로 우리의 공부가 성취될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까지도 모두 편안하게 만들 수 있다. 인욕은 자리이타의 삶을 이루는 참으로 좋은 공부방법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이 너무 참지를 못하는 것 같다. 작은 일에도 분개하여 살인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세상이다. 새해부터는 사람들이 인욕바라밀 하나만이라도 잘 해보면 참 좋겠다. 그러면 좀 더 이 세상이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으로 변하지 않을 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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