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가리켜 두 가지 표현이 있다. 하나는 대장부(大丈夫)요, 또 하나는 졸장부(拙丈夫)다. ‘사내라면 장기판의 졸(卒)은 되지 말라’는 말과 ‘장기판의 졸(卒)도 쓰이는 곳이 있다’라는 말도 있다. 장기판의 졸은 승패의 역할에 기여도가 적다는 의미다.
남자가 한 번 한 말은 책임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장부일언중천금(丈夫一言重千金)이라 한다. 장부란 말은 남자의 경칭이요, 장노(長老)나 노인을 받들어 쓰는 말이다. 장부는 장성한 남자요, 훌륭한 남자다. 장은 어른 장(丈)자에 앞에다 나무 목(木)자를 더하면 지팡이 장(杖)자가 된다. 부(夫)는 지아비 부 또는 사내 부라고도 한다.
남자가 세상에 태어나 장부답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장부는 무엇에 두고 하는 말일까? 우선 마음이 넓고 씩씩하고 훌륭하다. 더 크게 보면 지덕(知德)을 겸비한 대인이요, 매사에 품격이 있는 큰 사람이다. 졸장부는 마음이 좁고 옹졸하면서 나약하고 지덕이 부족한 소인이다.
사내대장부는 세 가지의 특색을 지닌다.
첫째, 대장부는 바다와 같이 마음이 넓고 크며 활달하다. 사나이 대장부는 생기가 넘쳐흐르듯 호호탕탕(浩浩蕩蕩)하고 관대하고 포용력이 있으면서. 투철한 사명 정신으로 매사에 철저하다.
권력을 가지고 많은 돈을 가졌다고 장부가 아니다. 어떻게 관리하고 쓰느냐에 따라 대장부가 될 수 있고 비겁한 졸장부로 내려앉을 수도 있다. 잘못되어 가는 현실에 내 탓은 없고 남 탓이나 하고 가진 것을 무기로 교만을 떨면 유치한 소인의 무뢰배다.
둘째로 강건하고 용감하고 패기가 넘치고 생기가 충만하다. 의지력이 약하고 행동이 미미하여 어려운 일을 이겨내지 못하는 박지약행(薄志弱行)의 남자는 결코 대장부라는 반열에 올릴 수가 없다. 이조 전기 1443년에 출생하여 세조 6년인 1460년 17세의 나이에 무과에 급제하여 28세의 나이에 억울한 누명으로 처형을 당한 남이(南怡)장군이 나라의 평정에 원대한 포부에 얽힌 북정가(北征歌) 시(詩)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백두산석 마도진(白頭山石 磨刀盡) 백두산의 돌은 칼을 가는데 다 없어졌고
두만강수 음마무(豆滿江水 飮馬無) 두만강의 물은 군마(軍馬)가 먹어서 다 말라 버렸고
남아이십 미평국(男兒二十 未平國) 남아 20세에 나라를 평정하지 못하면
후세수칭 대장부(後世誰稱 大丈夫) 후세인들이 어떻게 대장부라 하겠는가.
의기충천한 남이장군의 웅건(雄建)한 대장부 정신이 이 시 속에서 잘 나타내고 있다.
셋째는 놀라운 의기(義氣)와 의리(義理)다. 부정과 불의와는 타협이 없이 공명정대(公明正大)해야 하고, 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약하면서 대(大)를 위하여 소(小)가 희생을 할 수 있는 정신으로 살신성인의 기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장부요, 대장부다. 그래서 대장부는 대(大)와 강(强)과 의(義) 세 가지 덕을 가져야 한다. 크고, 강하고, 의로운 행동의 정신이 대장부다.
대단한 부귀를 가지고 유혹하면서 상대의 인격을 퇴락시키고자 함은 장부가 아니라 졸부에 해당하는 자신이 가진 부귀의 가치만 퇴락시킬 뿐이다. 권력과 금력으로 사나이 대장부의 의지를 변절시키고자 함은 인격 없는 장기판의 졸과 같은 소인들의 졸부다.
권위의 무기로 남을 굴복시키거나 굴복시키려 하는 것은 장부의 길이 아니요, 권위와 무력과 양심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면서 자기 인격을 굴복시키고 타락시키는 장부의 길을 외면하는 것이다.
인간은 권력과 부귀 앞에 인격과 양심이 무너지기 쉽다. 그러나 대장부라면 다르다.
가난의 고통을 겪고 사회로부터 비천한 학대를 받으면 변절하기 쉽고 마음이 흔들리기 마련이지만 대장부라면 그렇지 않다. 어떠한 협박이나 위협에서도 정의롭지 않은 일이라면 굴복하지 않는 것이 사나이 대장부다.
하나를 하고, 열을 했다고 스스로 과대 포장하여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하지 마라. 대장부가 할 일이 아니다. 배려하고 상대를 인정하고 남이 하는 일에 칭찬할 줄 아는 것이 장부요, 내 탓에 궁색하지 말아야 멋진 대장부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