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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함양에 어른이 없다”는 ‘어느 군수의 푸념’에 느끼는 ‘소회’
 
함양신문 기사입력  2024/09/02 [09:45] ⓒ 함양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사진설명-본지 김광수 회장

 

▲   김광수 본지 회장  ©함양신문

 

“함양에는 어른이 없다”

 

이런 푸념이 들린다. 그러나 실제론 어른은 많은데, 평소에는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는지 묻고 싶다.

 

‘말 없는 다수의 의견’이 진정한 여론이듯이, ‘말 없는 다수의 어른’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해서 어른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삶의 지혜가 모자란 것이다. 이 세상엔 직접 나서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찾아가서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는 사람도 있으며, 그렇기에 삼고초려(三顧草廬/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제갈량의 초가를 세 번이나 찾아갔던 일화에서 유래한 말) 라는 고사성어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나이가 많다고 다 어른은 아닐 것이며, 반면에 나이가 어려도 생각이 어른스러운 사람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자기에게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만 어른에게 갑작스러운 도움을 바라기보다는 평소 어른을 잘 모시지 않았던 자기반성부터가 우선일 것이다.

 

무릇 리더 라는 자리는 한 조직의 어른으로서 기본적인 소양이 필요한 자리이다. 더구나 막대한 예산과 조직으로 이뤄진 군(郡)의 선장으로서 군수 자리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 선장이 거침없이 항해하다가 거친 파도를 만날 때마다 선원들 뒤에 숨는다면, 누가 그런 선장을 따르겠는가. 그러다가 그 선원들마저 감당 못 하는 더 큰 풍랑을 만나 기댈 곳이 없으니 “함양에..이 없다”이런 푸념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지만, 우리 함양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말이다. 역사적으로 최고의 군수로 일컫는 최치원과 김종직도 함양군수였고, 조선조 말기‘동학혁명의 단초를 제공’한 역사적 최악의 군수 조병갑군수도 함양군수 였고 최근5명이 연속으로 구속되어 전국적 최악의 사례가 된 것도 함양군수이기 때문이다.

 

바라는 바가 너무 지나칠지는 모르나, 함양의 현실이나 전통을 바로 세우려면 ‘좌 안동, 우 함양 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혹자는 말하기를 ‘좌 안동’의 선비들은 중앙 권력을 지향하여 영화를 누리다가 국가를 망하게 하였고, ‘우 함양’의 선비들은 기개와 올곧은 절개를 지향하다 목숨을 잃거나 ‘부관참시’를 당한 역사가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지금 현실을 보면, 기개나 절개는 고사하고 역대 함양군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구속되는 전통을 잇고 있으며, 하나같이 ‘우 함양’의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이런 일을 끊어내고, 어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에 ‘어른타령’은 또 웬 말인가?

 

바람직한 모습이라면, 어른은 어른답고 아이는 아이답게 질서 체계가 잡히고 그것이 전통으로 이어질 때 올바르고 품격 있는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한 사회의 전통이나 품격은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 사회 지도자부터 노력하고 솔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리더의 말 한마디나 행동 하나가 자기의 의사와 상관없이 남에게 주는 사인(sign)은 크다. 그러기에 리더는 항상 언행에 신경을 써야 하는 자리이며, 하물며 인사 문제는 더 큰 사인(sign)을 주변에 주는 법이다. 그럼에도 리더가 같은 편이라는 이유 하나로 때가 많이 묻은 사람들을 등용하는 건 민심에 역행하는 일임을 알아야 하며, 이것은 지인들끼리 나눠 먹기식의 어른스럽지 못한 패거리 지역 정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본지가 최근 ‘함양 노인분들 활동’을 적극 지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노인(老人)이 된다. 나이가 모두를 노인으로 만들어 주지만, 나이가 모두를 어른으로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 이제 ‘노인’이라는 단어는 ‘존경’의 의미가 많이 퇴색 되었으며, ‘사회적 약자’의 의미로 많이 쓰이는 말이 되었다. 그럼에도 사회가 노인을 노인(늙은 사람)이라 부르지 않고 또 ‘어른’으로 대하면서 노인에 대한 인식을 달리할 때 ‘품격과 예의 있는 사회’로 체계가 잡힐 것이고, 비로소 함양의 어른이 눈에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 본지가 최근 ‘함양 노인분들’활동을 적극 지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역으로 지금 젊은 사람도 나이 들어가며 노인이 되겠지만, 그중 누구는 어른이 되고, 또 누구는 요즘 말로 꼰대가 되어 갈 것이다. 그 선택은 자기 그릇의 크기나 생각의 유연함에 달려 있으며, 단순히 자리나 나이가 만들어 주는 건 아닐 것이다. 또한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듯이 각자 자기 자리에서 바람직한 롤-모델은 있는 법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1년 앞둔 우리나라에서 날로 늘어가는 세대 간 갈등과 겹쳐서 이러한 군수의 시각은 더 큰 갈등을 불러올 소지가 있어 염려스러운 점도 있지만, “함양에는 .. 이 없다”하는 것,‘일회성 푸념’으로 끝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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