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화병[火病] 이라는 것이 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힐 듯하며, 뛰쳐나가고 싶고, 뜨거운 뭉치가 뱃속에서 치밀어 올라오는 증세와 불안, 절망, 우울, 분노가 함께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마음에 어혈처럼 뭉쳐 있는 응어리가 해결되지 못하면 그것은 한이 되고 상처가 된다. 상처가 겉으로 드러나면 딱지가 앉고 치료가 되지만 드러나지 않고 숨겨(?)두면 고름이 생기고 곪아 터지고 병이 된다. 상대방을 향한 섭섭한 마음이 커져가고 미움이 오히려 아픔이 된다. 마음을 몰라 생긴 마음의 모든 병과 상처는 무엇으로 치료될까?
힘들어도 마음을 다 터놓을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있으면 슬픔도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그 친구의 이해와 아낌, 배려와 위로는 응어리를 풀어 준다. 마음이 흐르면 상처도 씻겨 내려가고 슬픔도 사라진다. 마음의 모든 병과 상처의 만병통치약은 사랑이고 배려이다. 그런 사람들을 주변에 많이 두고 있는 사람들은 세상이 아름답고 행복할 것이다.
코로나 덕분에 밖으로만 나가 있던 내 마음이 가족들에게 더 집중하게 되었다.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내가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것을 소유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행복을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복을 소유하고 있는데도 볼 눈이 없는 나를 먼저 발견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상대방에 대한 최고의 대우는 밥을 사는 것도 선물을 주는 것도 아닌 마음에 있는 것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서로 마음을 모를 때 오해하고 갈등이 생기는데 마음을 먼저 표현한다는 것은 상대방과 교감하고 싶다는 뜻이 되고 앞으로 좋은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싶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솔직한 마음의 표현만큼 좋은 대접은 없는 셈이다.
천고마비의 계절이 코 앞인 요즘 체중이 늘고 살이 찌는 것보다 마음이 살찌고 풍요로워지는 행복의 맛을 느껴보면 어떨까? 마음의 세계가 깊어지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것은 마치 겨우내 땅속 장독에 묻어 두었다가 먹는 묵은지처럼 깊은 맛이 있다.
요즘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휴대폰을 들고 편리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상은 점점 삭막해져 간다. 휴대폰 기기의 편리함도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online 시대에 소중한 마음들도 지켜야 한다. 첨단 기기들이 단순히 쾌락을 누리기 위한 것이 아닌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면 화병이 화합으로 변하고 화목이 되고 화해가 될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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