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성 사단법인 한국문자교육회장, 서울한영대학교 교수 한문교육학박사 © 함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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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체] 遠交近攻(말 원, 사귈 교, 가까울 근, 칠 공)
[간체] 远交近攻[yuǎn jiāo jìn gōng] (위앤 찌아오 찐 꽁)
▶ 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략한다. 즉, 같은 적이라도 대책은 달리해야 한다는 계책.
▶ 전국 시대, 위나라의 책사인 범저는 제나라와 내통하고 있다는 모함에 빠져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으나 진나라의 사신 왕계를 따라 함양으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진나라 소양왕은 진나라는 “알을 쌓아 놓은 것처럼 위태롭다”고 자국의 정사를 혹평한 범저를 환영하지 않았다. 따라서 범저는 소양왕에게 자신의 장기인 변설을 펼쳐 볼 기회도 없었다. 그런데 소양왕 36년(B.C. 271), 드디어 범저에게 때가 왔다. 당시 진나라에서는 소양왕의 모후인 선태후의 동생 양후가 재상으로서 실권을 잡고 있었는데, 그는 제나라를 공략하여 자신의 영지인 도의 땅을 확장하려 했다. 이 사실을 안 범저는 왕계를 통해 소양왕을 알현하고 이렇게 진언했다. “전하, 한, 위 두 나라를 지나 강국인 제나라를 공략한다는 것은 득책이 아닌 줄 아옵니다. 적은 병력을 움직여 봤자 제나라는 꿈쩍하지도 않을 것이옵고, 그렇다고 대군을 출동시키는 것은 진나라를 위해 더욱 좋지 않사옵니다. 가능한 한 진나라의 병력을 아끼고 한, 위 두 나라의 병력을 동원코자 하시는 것이 전하의 의도인 듯하오나 동맹국을 신용할 수 없는 이 마당에 타국 너머 멀리 떨어져 있는 제나라를 공략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옵니다. 지난날 제나라의 민왕이 연나라의 악의 장군에게 패한 원인도 실은 멀리 떨어져 있는 초나라를 공략하다가 과중한 부담을 안게 된 동맹국이 이반했기 때문이옵니다.
그때 덕을 본 것은 이웃 나라인 한나라와 위나라이온데, 이는 마치 ‘적에게 병기를 빌려주고 도둑에게 식량을 갖다 준 꼴’이 되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나이다. 지금 전하께서 채택하셔야 할 계책으로는 ‘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략하는 원교근공책’이 상책인 줄 아옵니다. 한 치의 땅을 얻으면 전하의 촌토이옵고 한 자의 땅을 얻으면 전하의 척지가 아니옵니까? 이해득실이 이토록 분명하온데 굳이 먼 나라를 공략하는 것은 현책이 아닌 줄 아옵니다.” 이날을 계기로 소양왕의 신임을 얻은 범저는 승진 끝에 재상이 되어 응후에 봉해졌고, 그의 지론인 원교근공책은 천하 통일을 지향하는 진나라의 국시가 되었다.
【간체자 핵심】
1. 번체자 遠의 간체자 ‘远’은 元(으뜸 원)에 辶(쉬엄쉬엄 갈 착)을 받친 글자로, 으뜸[元]이 되기 위해서는 길이 멀어도 걸어간다[辶]는 데서 멀다[远]는 뜻이 된 간체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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