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서
대만(타이페이) 2일차(둘째 날)
오늘은 아침 식사를 호텔에서 아침 8시10분까지 식사를 마치고 버스로 2시간~2시간30분거리에 있는 기차역으로 이동한다.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기차안에서 바깥 풍경도 즐기며 1시간 정도 이동하여 화련 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좀 낯설지 않는 기차내부다. 현대중공업(로템)에서 만든 기차라고 한다. 현대 1997년 이라는 브랜드가, 기차 한켠에 붙어져 있다.
칠성당 해안가에 도착했다. 이곳은 돌이 너무 예뻐, 가지고 가려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반출 금지 품목이라 절대로 가지고 가면 안되고 적발시 벌금이 어마무시하게 많다.
생각지도 말아야 겠지요.~~~ 눈앞에 펼쳐진 태평양 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 길게 늘어져 있는 해안가. 우리나라 경포대에 온 느낌이다.
대만 최고의 비경으로 손꼽히는 타이루거(태로각) 협곡. 타이완 동북부 도시 화롄(花蓮)에 있는 타이루거는 해발 3,743m의 수직으로 깎아지른 듯한 대리석 절벽과 협곡으로 이루어져 있어 웅장한 대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타이루거 협곡은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바위 산 사이로 강의 흐름에 따라 깎인 좁은 협곡이 독특한 지형 형성하고 있다. 특히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골짜기가 장관을 이루는데, 이 대리석을 팔면 타이완 사람들이 수십년은 거뜬히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동식물의 생태계도 잘 보존돼 있어 국제적인 자연국립공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계곡 사이로 흐르는 물은 석회암 때문에 푸르스름해 신비함을 더한다.
계곡 중간 중간 침식작용에 의해 구멍이 뚫려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제비집 동굴이라는 뜻의 연자구 '옌쯔커우(燕子口)'다. 실제로 봄이 오면 제비들이 이 동굴로 날아와 둥지를 튼다고 한다. 타이루거(태로각) 협곡의 주요 교통로는 '중부횡관공로(中部橫貫公路)'다. 타이루거의 지질이 약해서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수많은 인력이 동원돼 4년에 걸쳐 만들어진 도로로, 험난한 도로를 뚫다가 목숨을 잃은 이나 212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때 목숨을 잃은 영혼을 기리기 위한 사당이 '장춘사'다. 사당 아래로 장춘폭포가 흘러 장관을 이룬다.
장춘사!! 이곳은 처음에 오른쪽에 있던 건물을 옮겼다고 한다. 반복되는 지진과 산사태에 원래 있던 장춘사는 무너져 버리고 지금의 위치에 다시 복원 했으며 그만큼 잦은 산사태와 지진이 얼마나 위태롭게 만드는지 여행하는 동안에도 항상 조마조마 걱정을 하며 빠른 걸음으로 이동을 한다. 자모정은 장개석 장군이 어머니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곳이다.
타이베이에서 유명한 맛집은 '바다를 제패한 왕'이라는 뜻의 해산물 요리집 '하이바왕'(海覇王)(886-2-2596-3141). 10층짜리인 이 식당의 뷔페식은 평범하지만 코스 요리는 상급이다.
새우와 해삼, 돼지족의 연골과 토란을 넣고 테이블 위에서 끓인 '보양탕'은 영양과 맛이 풍부하다. 배추와 팽이버섯, 게살을 넣은 '야채탕', 부드러운 생선살이 별미인 '생선찜', 매콤한 마파두부밥도 맛있다.
대만(타이페이) 3일차(셋째 날)
국립중정기념당의 중정은 국민당 주석이자 대만 초대총통이었던 장제스(蔣介石: 1887~1975)의 본명이고, 국립중정기념당은 국립고궁박물관, 국립국부기념관, 용산사와 함께 ‘타이베이 4대 관광 코스’로 꼽히고 있다. 국립중정기념당은 남색과 흰색의 조화로 지어진 거대한 대리석 건물로 장제스 기념관으로 유명하며 ‘국부기념관’과 ‘충렬사’와 더불어 매시간 대만 국군 근위병의 교대식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대만의 국부 장제스가 사망한 5년 뒤인 1980년에 건립된 중정기념당은 전액 ‘기부’ 형태로 충당돼 건설됐으며, 해당 부지는 본래 다만 육군본부 및 헌병 사령부로 쓰였던 곳이었다고 한다. 본당 측면에 있는 문 앞에 들어서면 장제스의 작은 동상이 세워져 있다. 문 안쪽으로 들어가면 장제스가 사용하던 자동차와 총통 서명문 등 그와 관련된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돼 있으며 대만이 건국되기까지의 과정과 장제스의 생애를 볼 수 있다. 그의 집무실을 그대로 만든 곳도 있으니 대만에 들렸다면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나라 박정희 대통령과 교류했던 자료들도 있어 한국과 대만(타이완)이 과거엔 매우 가까운 관계였음을 보여 준다.
일본만큼 유명한 '대만의 온천' 여행으로 타이베이 북부 ‘예류 지질공원’에 ‘양면산’ 인근에 있는 “Jin 스파” 온천이다. 3성급 호텔인 이곳은 ‘가족탕’ 스타일의 개인 온천이었다.
방에 입장하면 숙박업소의 욕실처럼 샤워시설과 헤어드라이기가 구비돼 있으며, 나무로 꾸며진 욕조에 유황 온천수를 직접 틀어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온천을 사용하기 전 샤워기로 대충 청소하라는 가이드의 말을 참고해 청소를 했다. 1시간 밖에 안되는 대여 시간이기에 빠르게 물청소를 하고,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옷을 갈아입으면 된다. 우리 일행이 갔던 핫스파는 창문을 열어놓으면 ‘노천탕’ 느낌도 낼 수 있었고, 뜨거운 물을 틀면 유황냄새가 나와 제대로 된 천연 온천에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온천욕이 끝나게 되면 벨소리가 울린다. 이후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 된다.
희귀 기괴암석의로 유명한 예류해상 지질공원은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 중 하나로서 매년 수 많은 관광객들이 빠지지 않고 찾는 유명한 곳이다. 수천만 년 전부터 파도와 바람에 석회질 바위가 조금씩 깎여 독특한 모양의 바위가 만들어졌다. 바위 위쪽에 색상이 진한 부분은 단단한 재질이라 많이 남겨졌고, 아래쪽 밝은 부분은 연약해 좀 더 깎여져 있다. 고구마를 닮은 타이완 지도바위, 고릴라모양 바위, 버섯모양 바위, 계란모양 바위 등 여러 모습의 바위가 있는데 그중 최고는 여왕머리 바위였다. 이집트 여왕인 네페르티티 옆모습을 닮아 ‘여왕바위’라 불린다. 이 바위 곁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었다. 여왕바위의 사진을 찍으려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하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뒤에서는 빨리빨리 찍으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들리지 않은지 여유있게 사진을 찍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이 바위는 목 부분이 점점 얇아지고 있어 어쩌면 10년 후면 무너져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대만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마을 스펀은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서 소개되며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스펀’이란 지명은 중국어로 매우 만족한다는 의미의 ‘매우, 아주’라는 뜻이라고 한다. 스펀 옛 거리(十分老街)에도 기찻길이 마을 가운데를 통과하며, 양쪽으로 온통 천등을 팔거나 먹거리, 기념품가게들이다. 여행객들은 스펀에 와서 울긋불긋한 수많은 천등 가게에 놀라고, 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천등에 소원을 비는 문구를 작성하며 천등 날리기에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가벼운 먹거리로 땅콩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면서 여행을 즐긴다. 스펀의 모든 가게들이 협정을 맺었는지 천등 가격은 똑같다고 했다. 다만, 각자 얼마나 많은 서비스와 친절을 덤으로 받느냐가 문제인데, 가게에서 천등을 사면 먹물과 붓을 제공한다. 그리고 천등에 각자의 소원을 적고나면 글자를 쓴 먹물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드라이기로 말려주고, 또 가족이나 연인들이 천등 날리는 것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주는 서비스까지 해준다. 참고로 천등의 색깔은 빨강(복, 행복), 노란(금전, 재물), 파랑(사업번창, 일, 만사형통), 보라(취업, 학업성취, 시험), 흰(장래희망, 건강), 초록(진급, 합격), 주황(행운, 로또), 분홍(애정, 결혼)를 상징한다고 하지만, 여행객들은 반드시 이런 색깔을 골라서 천등을 날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인생!! 꽃길만 걷고 싶지만 늘 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일들에 좌절하고 만다. 그래서 더욱 더 간절하게 '소원'을 빌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소원을 담은 천등을 하늘로 보낼 수 있는 대만 스펀으로 여행을 떠나 일상에서 일탈을 꿈꿔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철도 가까이에 있는 정안 출렁다리(靜安吊橋)는 여행자들에게 아주 특별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스펀 만이 아니라 핑시선의 6개 역 전부를 둘러보는 젊은이들도 많다.
스펀에서 유명한 것은 바로 ‘닭날개볶음밥’이다. 닭날개볶음밥은 닭의 날개 하나를 날개 끝의 뼈를 다 발골 한다. 그 후 그 안을 볶음밥으로 채워 넣는다. 원래 광동식 요리인데 광동에서는 이것을 튀기나 여기에서는 변형시켜 굽고 있다. 생긴 것은 마치 닭다리처럼 생겼다. 스펀에서만 파는 것은 아니나 이 곳에 위치한 한 닭날개볶음밥이 맛이 좋아 스펀에 가면 꼭 먹어야할 먹거리다. 크기가 보통 우리가 먹는 치킨의 닭다리쯤 돼서 한 끼 식사로는 부족할 수 있지만 간단하게 요기하기에 좋다. 그리고 최근에는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닭날개볶음밥과 함께 땅콩아이스크림을 먹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스펀에 오면 닭날개볶음밥을 먹고 후식으로 땅콩아이스크림도 먹는다.
대만(타이페이) 4일차(넷째 날)
홍마오청(紅毛城), 담강 중학, 여인부두, 단수이 옛거리와 지우펀(台灣九份).....
단수이는 '淡水'라고 쓰고 중국어로 '딴쉐이'라고 읽는다. 이곳이 우리나라 여행객들에게 이렇게 많이 알려진 이유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때문이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판타지가 가미된 러브 스토리로, 타이완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모두 느껴볼 수 있는 최적의 영화다. 50년간 일본 통치 시대를 거친 타이완의 모습을 보면 '일본스러움'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느껴지는 그 모습은 일본 느낌이 나는 타이완이 아닌, 그냥 타이완의 모습 그 자체다.
단수이에는 스페인이 건축한 ‘홍마오청(紅毛城)’이라는 곳이 있다. 이 언덕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진리 대학이 나오고, 조금 더 올라가면 담강 중학교가 나온다.
담강 중학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메인 촬영지이다. 영화 촬영지가 아니었다면 이 아름다운 곳을 알게 될 일도 없었을 터. 타이베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과 중국, 일본, 네덜란드, 영국의 문화가 교묘히 섞여 있는 독특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대만의 영화 중 1989년 제46회 베니스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을 한 ‘비정성시(悲情城市)’를 기억하시나요? 바로 그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 대만의 지우펀(台灣九份)이다. 또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면서 드라마 '온에어'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야류로 근교여행 타이베이에서 기차나 버스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지우펀은 대만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해 주위 경관이 무척 아름다우며 골목골목 볼거리가 가득하다. 좁은 골목마다 잠시 추억에 잠겨 사색에 들게 하는 찻집이 즐비하다. 대만 전통 음식문화를 보여주는 크고 작은 음식점도 많다. 또한 지우펀 민속예술관과 광석박물관 등이 볼 만하다. 이 골목을 내려가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온천장과 닮은 건물인 아메이 찻집과 마주쳤다. 폐광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바다, 산, 마을이 어우러져 그림 같았다. 해질 무렵 홍등이 켜지면 더욱 운치가 있다.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었다.
단수이 구경을 마치나면 어느새 해가 지고 밤이 돼 있을 것이다. 그러면 밤에 타이베이에서 가장 빛나는 101빌딩으로 가보자. 101빌딩은 대만의 자랑이다. 101빌딩을 구경한다면 101빌딩 옆에 있는 LOVE 조각상에서도 사진찍기를 잊지 말아야한다. 101층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줄 알았는데 89층이 전망대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로 기네스북에 올라있고 정말 빠르다. 89층까지 37초만에 올라가니 귀가 멍하다. 101빌딩에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건물 안쪽에 ‘댐퍼’라고 하는 공 모양 추가 있다. 바람으로 건물이 오른쪽으로 흔들리면 추가 왼쪽으로 치우쳐 흔들림을 막는다. 이 추는 전망대 한 층 아래서 볼 수 있었다. 대만의 상징물인 타이베이 101타워 전망대에서 멋진 전망을 보며 칵테일도 마셔보자.
101빌딩은 타이베이의 랜드마크지만 무엇보다 맛의 천국이 열려 있는 곳이다. 101층 지하에는 유명한 딘타이펑 본점이 있다. 딤섬 샤오롱바오를 주문했는데 입에서 살살 녹았다. 샤오롱바오는 작은 대나무 찜통인 샤오룽에 쪄낸 중국식 만두다. 만두피를 살짝 열어 육즙을 먼저 먹는 재미가 있다. 기름진 샤오롱바오를 대만의 유명한 술인 금문고량주와 곁들이니 더욱 맛있다.
그리고 대만(타이페이)은 발마사지의 나라다. 발마사지는 족욕으로 시작한다. 뜨거운 약초물에 5~10분 동안 발을 담가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이때 허기진 상태나 식사 직후라면 발마사지를 피한다. 본격적인 발마사지는 왼쪽 발부터, 주로 손가락 관절을 이용해 시작한다. 양손으로 발을 감싸듯 잡아 누르고, 문지르고, 두드리고, 매만진다. 타이베이 재춘관의 발마사지는 태국이나 중국의 그것과 달랐다. 상당한 아픔을 감수해야 했다. 발마사지사는 무릎 아래부터 발바닥까지 어루만진 후 엄지발가락부터 공략했다. 엄지발가락은 뇌, 이마, 코에 해당되는 반사구가 위치해 있다. 다섯 발가락을 지나 간장과 소화기관의 반사구까지는 그런대로 참을 만했다. 사단은 발바닥 안쪽 우묵하게 들어간 곳에서 났다. 방광에 해당되는 자리에 손길이 미치자 오금이 저리고 괴이한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몸 깊은 곳에서 정화와 회복의 기운이 움트는, 고통 속에서 쾌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한국어가 유창한 안내인은 "발마사지의 달인들은 발을 한번 만져보는 것만으로 그 사람의 건강 상태를 알아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발마사지는 위장병, 편두통, 변비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망설임 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만하다.
정상목기자mogsang11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