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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식] ‘밝은누리’를 찾아가다
출향작가. 귀농정책연구소
 
함양신문 기사입력  2018/12/24 [10:53] ⓒ 함양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전희식 출향작가. 귀농정책연구소  © 함양신문


  

지난주에 밝은누리공동체를 갔었다. 서울 수유역에 내려 버스를 타고 인수동 어느 목욕탕 앞에서 그곳 실무자를 만나 들어선 공동체는 그동안 내가 가 봤던 도시형, 농촌형, 종교형 공동체와 사뭇 달랐다. 평소 내 방식대로 사전 지식을 최소화하고 순수한 궁금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찾아 간 덕분에 선입견 없이 살펴볼 수 있었다. 1박을 하면서 느낀 바는 동네가 참 아름답다는 것과 밝고 환하다는 것이었다.

2000년부터 시작된 이 공동체는 얼핏 특정지역에 특수한 사람들만이 모여 사는 것으로 알기 쉬운데 전혀 그렇지 않다. 서울의 보통 동 단위 분위기와 겉으로 보기에 다르지 않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인수동으로 십 수 년 동안 모여들어서 함께 살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보통시민들이다. 150여 명의 서울사람들이 밥상을 같이하고 아이를 같이 기르고 생활용품을 나눠 쓸 뿐 아니라 사랑방을 만들어 속마음도 나누면서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며 보다 나은 삶을 일구어 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도시문명이라는 말에 함축되어 있는 온갖 현대문명병적 증상을 치유하고 참살이를 할 출로를 농촌과 함께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사람들이다. 농촌의 치유기능, 건강한 먹거리 생산기능, 호혜부조기능, 복원력 작동기능 등을 일찍이 직시했다고나 할까. 그들은 2009년부터 강원도 홍성에 농촌형 공동체도 만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허름한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첫 방문처는 실내로 들어서자 향긋한 나무향이 배어나는 마을카페였다. 흔히 도시의 대로변에서 볼 수 있는 입간판이 화려한 그런 카페가 아니었고 마을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책들이 서가에 가지런히 꽂혀있고 안정감 있는 좌식 방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합체가 가능한 차탁이 여럿 있었고 한 쪽 벽면에는 붙박이 나무의자가 일자로 있었다. 카페는 정보교류터였고 휴식의 공간이었고 지식의 창고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뜻을 모은 동네 주민들이 공동출자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다양한 마실거리 재료들은 농촌에서 구입하여 직접 만든다고 했다.

필자가 마을밥상에 갔을 때는 동네 아이들이 저녁을 먹으러 와 있었다. 엄마 품에 안겨 온 갓난애부터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그야말로 바글바글했다. 아이 키우는 걱정을 공동으로 해결해서일까 아이를 가진 젊은이들이 모여들었고 출산율도 상당히 높다고 했다.

꼬맹이들도 자기 손으로 먹을 만큼만 밥을 담아서 안 남기고 깨끗이 먹고는 뒤꿈치를 치켜들고 설거지까지 하는 동안 조잘조잘 마냥 즐거워했다. 또래들이 엄마아빠보다 더 좋은가보다. 곁에 엄마가 있어도 거들떠보지도않는 것처럼 보였다.

밥은 동네 엄마들이 짝을 지어 돌아가면서 한다. 마을 사람들은 한 달에 어른은 9만원 초등학생은 3만원만 내면 한 달 밥을 여기 와서 먹는다고 하는데 그동안 제 각각 하던 장보기, 밥하기, 주방용품 구비를 동네밥상을 통하여 해결한 셈이다.

이런 공유의 관계는 마을카페 위층의 마을도서관에서도 볼 수 있었다. 개인들이 가지고 있던 책들을 다 모으니 훌륭한 도서관이 된 것이다. 개인 집의 벽면을 차지하고서 1년에 한 번 들추지도 않는 책들을 모시고 살던 사람들이 책을 모아서 보니 개인 집 공간은 넓어졌고 볼 수 있는 책은 몇 배로 늘어난 것이다. 그 건물 4층과 옥상도 마찬가지였다. 공방으로 꾸며져 있었다. 어떤 주민은 재봉틀을 기증했고 어떤 주민은 목 재료를 기증하여 아이들의 만들기 놀이터이자 배움이 장소로 쓰이고 있었다.

그날 저녁시간이었다. 필자를 초청작가 형식으로 불러 강연 겸 담소자리를 마련 한 것이었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와 무릎 위에 재우며 함께 하는 주민들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새파랗게 젊은 청춘 남녀들도 많았다. 어른, 젊은이, 어린애가 한 자리에 모여 앉은 모습은 오랜 옛날 우리 선조들의 촌락공동체에서나 볼 수 있는 정경이었다. 이날의 강연은 홍천 밝은누리에도 실시간영상으로 생중계가 이뤄져서 서울 한복판에서 강원도 시골마을과 자리를 같이 한 셈이었다.

농촌과 도시가 연결되어 삶의 철학과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공유의 경제를 만들어 가는 노력들은 여러 곳에서 열매를 맺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 성미산공동체, 은혜공동체, 충남 홍성의 젊은협업농장’, 남원 산내마을 공동체들이다.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시스템의 자연약탈형 몰인간성을 자각한 유럽이나 서구에서 일찍부터 시작된 흐름이다. 상대를 무한 경쟁의 대상으로 보는 생활을 접고 상생과 공생의 밝은 세상을 열어가는 노력들이 밝은누리공동체에서 더욱 무르익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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