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성 (사)한국문자교육회 회장 © 함양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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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하면 옛 부터 임금님의 수랏상에 으뜸으로 오르는 영광 법성포 굴비가 유명하다. 한자로 屈非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굴하지[屈:굴할 굴] 않겠다[非:아닐 비]는 뜻이다.
무슨 연유로 물고기 이름을 독특하게 굴비라고 하였을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고려 16대 예종 때 이자겸은 그의 딸 순덕을 왕비로 들여보내서 그 소생인 인종으로 하여금 왕위를 계승케 하였다.
그것도 모자라 이자겸은 자신의 셋째 딸과 넷째 딸을 외손자인 인종에게 왕비로 보내 권세를 독차지하려는 야심을 품는다.
그런데 이런 야심을 알아차린 인종이 먼저 외할아버지이자 장인이 되는 이자겸을 쳐내려고 했으나 그 사실을 눈치 챈 이자겸이 선제적으로 난을 일으킨다. 역사는 이것을 이자겸의 난이라고 기록한다.
난을 일으킨 이자겸은 인종에 의해 체포되어 영광 법성포로 유배를 떠나게 된다.
유배지인 법성포에서 많이 잡히는 조기의 맛을 보고 감탄을 하게 된 이자겸은,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래도 큰 딸로 봐서는 손자이지만 둘째, 셋째 딸로 봐서는 사위가 되는 인종이 생각이 나서 칠산바다에서 잡은 조기를 소금에 절여서 진상하면서, 간단히 심정을 몇 자 적어서 함께 동봉해 보낸다.
“이 물고기는 乾石魚(건석어)라고 하는데, 맛이 천하의 일품인지라 내 사위이자 손자인 그대를 위하여 보내는 것이지 그대에게 굴하는 것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이후에 乾石魚는 屈非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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