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암 정일상 시인.수필가 본지 논설위원 © 함양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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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좌우명(座右銘)을 하나씩 다 가지고 있다. 내 좌우명은 “최선(最善)을 다하자”이다. 대학시절 여러 개의 좌우명을 책상 위에 붙여놓고 내 정신적 지주로 삼았지만 그 여러 개 중 아무래도 “최선을 다하자”만큼 마음에 와 닫고 실천해 본 점이 없어 이 문구를 신볼로 여겨 평생 나와 함께하고 있다.
좌우명이란 말은 자신을 일깨우는 격언(格言)을 말한다. 늘 자리 옆에 갖추어 두고 생활의 지침으로 삼는 말이나 문구이다. 우리는 흔히 인생의 좌우명이란 말을 많이 사용한다. 이 말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자리 오른쪽에 둔 명심 할 내용’이란 뜻이다
국어사전에는 좌우명을 ‘늘 자리 옆에 갖추어 두고 가르침으로 삼는 글이나 문구’라고 정의 하고 있다. 선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좌우명을 방이나 벽에 붙어 놓거나 책상 옆에 놓고, 일을 처리하거나 사람을 대함에 있어 늘 경계로 삼았었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좌우명을 늘 볼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어 시시각각 자신을 일깨워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좌우명(座右銘)이란 글은 그 유래를 보면, ‘명(銘)’이란 한문 문체(文體)의 일종이며, 고대에는 주로 종(鐘)이나 정(鼎:발이 세 개 달린 솥)에 새기는 문장을 뜻했었다. 진‧한(秦漢) 이후에는 비석에 새긴 글자를 의미하기도 했다.
이 말은 후한(後漢)의 유명한 학자 최원(崔瑗:78~143)의 ‘문선(文選)’에 실린 ‘좌우명(座右銘)’이란 글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최원은 어려서부터 배움에 뜻을 둬 18세 때 낙양(洛陽)으로 유학을 떠난다. 그곳에서 천문(天文)과 력서(曆書)를 익혔고, 경방(京房)의 주역(周易)을 배웠다. 특히 글을 잘 지었고 서예에도 능통했다고 한다.
동한(東漢) 시대 반고(班固)가 쓴 ‘봉연연산명(封燕然山銘)’이 그 예이다. 여기서 ‘연연(燕然)’은 산 이름이며, 자기 스스로를 일깨우거나 다른 사람의 업적을 널리 기리기 위해 명(銘)을 새긴 것이다.
한편 그 최원은 형인 최장(崔璋)이 타살 당하자 분노를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서 원수를 죽여 버린다. 그 후 관아의 추적을 피해 숨어 지내며 유랑생활을 해야만 했다. 다행히 몇 년 뒤 조정의 사면을 받아 고향에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살인행위를 깊이 뉘우치고 덕행을 기르고자 글 한 편을 지었다.
최원이 쓴 좌우명(座右銘)의 일부분을 발췌해 보면 이렇다.
無道人之短 : 남의 단점을 험담하지 말고
無說己之長 : 자신의 장점은 자랑하지 말라
施人慎勿念 : 남에게 베푼 것은 생각하지 말고
受施慎勿忘 : 은혜는 절대 잊지 말라
世譽不足慕 : 세속의 칭찬은 부러워할 필요가 없나니
唯仁爲紀綱 : 오직 어진 사람만을 기강으로 삼아라.
隱心而後動 : 마음속으로 헤아린 후에 행동한다면
謗議庸何傷 : 남이 비방하는 말에 어찌 상처를 받겠는가?
無使名過實 : 명성이 실제보다 넘치지 않게 하고
守愚聖所臧 : 어리석게 지키는 것은 성인께서도 칭찬하신 것이다
근 2000년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지금 우리가 좌우명으로 삼아도 손색없는 좌우명인 것 같다.
그리고 역사 속의 위인(偉人)들은 저마다 훌륭한 좌우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 위인들이 늘 마음속에 두고 가르침으로 삼은 좌우명들을 몇 가지 살펴볼까 한다.
공자(孔子)는 중국에서 ‘유학(儒學)’이라는 학문을 만든 분으로, 평생 학문의 발전과 실천을 위해 노력했던 분이다. 그는 좌우명으로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였다. 공자는 아는 것이나 좋아하는 것으로는 즐기는 것을 이길 수 없다는 뜻으로, 무슨 일을 하던 마음으로 즐기면서 하는 것이 제일이라는 뜻이다.
안중근(安重根) 의사(義士)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하셨고, 에디슨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다.’라 했다.
에디슨은 1,000개가 넘는 발명품을 만들어 낸 미국의 발명가이지요. 에디슨은 이렇게 많은 발명을 하기까지 수도 없는 실패를 했다. 하지만 에디슨은 실패할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그 실패가 성공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은 것이다.
좌우명은 대개 스스로를 격려하고 채찍질하는 것이므로, 자신의 언행을 단속하는 준칙(準則)이 흔히 좌우명의 내용인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제목을 붙이거나, 경전이나 유명인사의 명언을 인용하거나, 또는 다른 사람에게 청해 짓는 것 등이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의 좌우명으로 삼은 것이 그 대부분이라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