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암 정일상 시인.수필가 본지 논설위원 © 함양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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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나는 요즘도 무척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다른 나이 많은 동년배들이나 친구들은 시간 때우기가 지겨워서 죽겠다고 하는데 그에 비하면 나는 매일 일이 정해져있고 할 일이 생겨 나다녀야하며 따라서 시간을 쪼개어 써야한다. 이렇게 생활하다 보니 이 모든 시간들이 바쁘게 주어짐은 나로서는 이 나이에 홍복(洪福)이라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내 경우는 컴퓨-터를 3대를 설치해 놓고 신문이나 월간지 등 여기 저기 많은 글을 쓰고 있다. 컴퓨-터를 여러 대 사용하는 이유는 신문사 등엔 이 컴퓨-터를 사용해서 쓰고, 다른 문학회나 월간지 등에 연재하는 곳엔 또 다른 컴퓨-터를 사용한다. 왜냐하면 글 쓰는 곳이 많아 혼돈을 이루키지 않기 위함이며 이렇게 하는 것이 내 글쓰기가 매우 편하고 구분이 잘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 또래의 친구들은 컴퓨-터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컴퓨-터를 쓸 기회도 없기 때문에 컴퓨-터를 소유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내 경우엔 컴퓨-터를 통한 이메일로 연락은 물론이거니와 글쓰기와 모든 일정까지 컴퓨-터를 통해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간 나는 사회가 인정하는 중요한 인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가치(價値)있는 시간에 투자하고 나의 시간 관리를 분·초를 나눠 관리하며 계획된 일들을 경중을 따져 참여하거나 스키프하거나 한다.
요즘 세태를 보면 옛 생각과 예들이 떠오른다. 약 2,100년 전의 중국의 위대한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이 한 나라의 흥망과 관련하여 한 말 중 이런 말이 있다.「나라가 망하려면 어진 사람은 숨고, 나라를 어지럽히는 난신(亂臣)들이 귀한 몸이 된다. 나라의 안위는 군주가 어떤 명령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고, 나라의 존망(存亡)은 인재의 등용에 달려 있다.」라고.
인재는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다니는 것이라고 한다. <큰 그릇과 확실한 비전 그리고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조조(曹操)는 사람을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채용했다고 한다. 실력이 있으면 사람의 인품이나 도덕적 결함도 기꺼이 눈감아 줄 정도이었으며, 또한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인재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데려오려 노력했다 한다. 그 가장 좋은 예가 관우(關羽)를 붙잡아 두려고 무진 애를 쓴 것이 그 예이다.
공자(孔子)가 꿈꾸었던 가장 이상적인 정치가(政治家)였던 주공(周公)은 청렴(淸廉), 신중(愼重), 근면(勤勉)의 바람직한 인재 발탁 전문가였었다. 주공은 무왕(武王)을 도와 주(周)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이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인재를 발탁하고 키우는데 있었다.
주공은 강태공(姜太公) 같은 인재를 발탁하여 결국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루어 냈다. 능력을 가지고 때를 기다리던 강태공과 인재를 알아보고 대우해 줄 줄 알았던 주공과의 만남이 이루어낸 성과인 것이다. 주공의 성(姓)은 희(姬)씨이며 이름은 아침이란 뜻의 단(旦)이었다.
주공은 자기가 왕이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카인 어린 성왕(成王)을 도와 끝까지 자신의 본분과 자리를 지켰다는데서 공자는 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 주공의 인재욕심은 남달랐는데, 그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의 관계를 아주 잘 맺었다고 전해오고 있다. 어떤 때는 하루에 70여명의 사람을 만난 때도 있었다고 전하고 있으며, 주공은 주군(主君)을 대신해서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고 그들 중에 능력 있는 사람을 조직으로 끌어들였다. 주공은 그래서 ‘일목삼착(一沐三捉)’과 ‘일반삼토(一飯三吐)’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목(沐)은 ‘머리를 감는다.’는 뜻이고 착(捉)은 ‘잡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일목삼착(一沐三捉)은 주공(周公)이 한 번 머리를 감을 동안이라도 누가 찾아 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감던 머리를 세 번이나 움켜잡고 머리에 물이 묻은 채로 나가서 그 인재를 만났다는 이야기이다. 물이 묻은 채로 달려 나가 손님을 직접 맞이하였다는 것은 주공의 인재사랑이 어느 정도였는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반삼토(一飯三吐)의 일반(一飯)은 한 끼 밥을 먹는 시간을 말한다. 삼토(三吐)는 세 번 뱉는다는 뜻이며, 그러니까 밥한 끼 먹는 짧은 시간에도 인재가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먹던 음식도 세 번이나 뱉고 나가서 만났다는 것이 된다. 이렇게 일목삼착이든 일반삼토든 모두l 주공의 인재사랑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임엔 틀림없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나라나 인재를 얻지 못하면 인생이나 기업이나 나라도 고달 퍼지며 이렇게 그 소중한 인재를 얻는 방법은 어디에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예기(禮記)》에 “군자는 입으로만 칭찬하지 않는다.” 했다. 조삼모사(朝三暮四)와 같은 얄팍한 술수로는 인재를 제대로 이끌 수 없다. 잘 했을 때 말로만 칭찬하고 승진이나 포상 등이 따르지 않으면 사람들은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는 것이 요즘추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재를 고르는 데는 언제나 공명정대(公明正大)해야 한다. 이런 예화(例話)가 있다. 즉,《한비자(韓非子)》에 “현명한 군주는 상(賞)을 소홀히 하지 않으며 벌(罰)을 용서하지 않는다.” 했다. 만약 지도자가 상을 주어야 할 때 주지 않는다면 부하들은 의욕을 잃게 되며, 또한 벌을 주어야 할 때 주지 않는다면 기강을 흐트러져 조직이 무너져 내릴 것이며, 공정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이 제대로 된 조직을 만들고 우수한 인재를 모을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인재를 얻는 방법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며,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사람이 모여들 리 없다. 지도자는 무념의 대덕(無念大德)으로써 대중을 두루 포섭하는 것이다. 사람은 덕 있는 사람을 따르며, 하늘의 뜻은 마침내 사(私,邪)없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법이다. 내 사람을 구하려면 무념대덕을 기르고, 사람을 좋아하면 일을 하던 중에라도 뛰어나가 쌍수를 들고 맞이해야 인재가 모여드는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