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암 정일상 시인.수필가 본지 논설위원 © 함양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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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속담과 사자성어가 많은데 그 중 巧言令色(교언영색)이란 말이 있다.《논어(論語)》의 <학이편(學而篇)>과 <양화편(陽貨篇)>에 나오는 이야기로 교언영색(巧言令色)이라는 말은, ‘남에게 잘 보이려고 그럴듯하게 꾸며 대는 말과 알랑거리는 태도’를 말함이다.
공자(孔子)는「교묘한 말과 보기 좋게 꾸민 얼굴을 하는 사람치고 착한 사람이 드물다.(巧言令色鮮矣仁.)」고 했다. 그러니까 그럴듯하게 꾸며 대거나 남의 비위를 잘 맞추는 사람, 그리고 생글생글 웃으며 남에게 아첨하는 사람치고 진실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의지가 굳고 용기가 있으며 꾸밈이 없고 말수가 적은 사람은 ‘덕을 갖춘 군자’에 가깝지만, 공자는 ‘덕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진정한 군자는 아니라’고 했다. ‘문질이 빈빈한 연후에야 군자라 할 수 있다.(文質彬彬 然後君子)’고 하신 것이다. 그러니까「문(文:형식)과 질(質:실질)이 잘 어울려 조화를 이루어야 군자라는 뜻이다.
초한쟁패(楚漢爭覇)에 보면, 항우(項羽)를 끝까지 지키다 버림받고 쓸쓸히 병사한 범증(范增 : BC277~BC204)은 홍문연회(鴻門宴會)에서 유방을 죽일 것을 항우에게 직언했지만, 그러나 항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唐)나라 태종(太宗)의 <정관정요(貞觀政要)>라는 책이 있다. 640년경에 만들어진 정치 문답 집으로, 제왕 학의 교과서라 불리기도 하는 책이다. ‘정관(貞觀)’이란 당나라 태종의 연호로, 태평성대를 누린 그의 치세를 높이 평가해 ‘정관의 치(治)’라 했다. <군도편(君道篇)>부터 <신종편(愼終篇)>까지 10장 40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군주의 도리로써 군주가 바르면 나라가 안정된다. 둘째, 정치의 근본은 지나치게 많은 일은 현명한 자에게 위임하라. 셋째로는 간언을 구함이다. 신하는 군주의 허물을 비추는 거울이다. 간언하는 신하가 있으면 망하지 않는다. 넷째로, 군주와 신하의 계율인데, 나라의 흥망은 군신의 공동책임이다. 다섯째로써는, 스승을 존경하라인데, 스승을 예절로 섬겨라. 훌륭한 군주는 훌륭한 스승에서 나온다. 어진 스승 밑에서 어진 정치가 나오고, 엄한 가르침 밑에서 폭정이 나온다. 여섯째, “인의도덕으로써 어진정치가 근본이다. 나라의 가장 큰 무기는 인의의 정치이며, 숲이 우거지면 새가 깃들 듯 인의가 두터우면 사람이 따른다“라 하였다. 그리고 충성과 의리로 일곱째로 꼽았다. 의리 있는 자는 적이라도 중용하라. 마지막 여덟째로, 대공무사(大公無私)라 했다. 공평한 인사가 나라기강의 근본이다. 위신이 깎여도 법에 따라 다스려져야 한다. 옥석(玉石)을 분별하라. 다스림에 인의가 근본이고 형벌은 끝이다. 자신을 엄하게 다스리면 나라가 흥한다.
‘교언영색(巧言令色)’ 하는 무리를 물리치고, ‘강의목눌(剛毅木訥)’하는 인재를 가까이 하며, 이 ‘정관정요’를 실천에 옮기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태평성대(太平聖代)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지금은 세상이 통하는 때이다. 그리고 사통오달이 군자의 심경일 것이다. 그러므로 부디 국한(局限)에 얽매이지 않고, 원망생활은 풀기에 힘쓰면, 반드시 만인이 은인이 되어 자연 태평성대가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