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돌아오니 아낙네들이 해물, 과일 등 설장을 보려 시장에 간다. 우리 집에는 과일 나무가 있어 집에 것을 제상에 올린다. 그러나 대추는 딸 때 땅에 떨어져 흙먼지가 묻어 있어 씻어내고 볕에 말렸다. 비록 작은 열매지만 그걸 쳐다보니 작년 가을 길에 떨어진 붉은 대추를 주우면서 생각났던 ‘대추 한 알’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그래서 그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시를 찾아 읽어보았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 저안에 태풍이 몇 개 / 저안에 천둥이 몇 개 / 저안에 벼락이 몇 개 / 저게 저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 저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 저안에 땡볕 두어 달 / 저안에 초승달 몇 날 ....’
이라는 매우 의미 있는 표현을 했다.
그렇다 그 작은 대추 한 알은 태풍, 천둥, 벼락 등을 맞으며 그렇게 험난한 과정을 참고 견디어 낸 것이다. 그리고 그 대추들은 예외 없이 무서리와 땡볕, 초승달의 싸늘한 밤을 포함해 온갖 인고(忍苦)의 시간을 극복하며 둥글고 붉은 한 알의 대추가 된 것이다. 이 시인이 왜 대추로 시를 썼는가를 생각해보자. 그가 대추를 빗대어 시를 쓴 것은 대추가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이다. 우선 대추는 한 그루의 나무에 가장 많은 열매가 열린다. 그래서 예부터 대추는 다산(多産)의 상징이다. 대추 알은 예외 없이 온갖 역경과 시련을 견디어 내며 성숙의 과정을 고스란히 거쳐 익은 것이다. 제사상 진열의 과일 중에 첫째에 놓는다. 씨가 하나라 군주를 뜻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삶도 그러하다고 본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예외 없이 태풍도 맞고 천둥, 번개를 맞는다. 양궁 대표들의 올림픽 메달의 90%는 힘들었던 훈련의 열매라고 했다. 메달을 따기 위해 힘들고 고통스러운 훈련을 극복한 오랜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고난의 시간을 극복해 낸 결과라는 것이다.
에디슨은 이천 번의 실패를 극복하면서 전구를 발명하였다. 에디슨은 ‘나는 실패한 적이 없다. 단지 이천 번의 과정을 거쳐 전구를 발명한 것이다.’라며 성공을 위해 실패와 고난의 과정은 당연하다는 교훈을 말해 주었다.
대추 한 알을 보면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 그 작은 대추 한 알이 온갖 풍파를 견디어 냈듯이 우리도 어떠한 역경이든지 견디어 내야 한다. 제사의 상징물인 이유를 잊지 말자. 요즈음 젊은이들이 직장을 못 구해 고생하고 있으나 좌절해서는 안 된다. 힘들면 힘들수록 고통의 무게가 무거우면 더 큰 열매를 맺기 위한 필수 과정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대추 한 알이 알려주는 삶의 진리이다.
가을이면 과일들이 저마다 익어간다. 그 모습 속에 숨겨진 삶의 진리를 들여다보는 지혜를 우리도 가져 보자. 그러면 우리는 삶을 위한 인고(忍苦)의 철학을 깨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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