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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 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함양중학교 15회] 인간의 운명은 땅의 성질을 닮는다.
 
함양신문 기사입력  2024/11/04 [10:04] ⓒ 함양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지구는 여느 별처럼 단순한 흙덩어리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지구는 살아 있는 위성이다. 즉 땅이 살아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은 땅에 살고 있기 때문에 땅의 실체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살아있는 것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 속에 사는 우리 인간은 그런 존재를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인간과 땅의 관계는 능동이나 수동 같은 단순한 관계가 아니다. 서로 생리학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다. 그래서 땅과 인간은 상보적(相補的)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살아 있는 땅에 살고 있다. 달은 죽어 있기 때문에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이다.

 

인간은 땅을 가꾸고 땅은 인간을 가꾼다. 사람이 어떤 땅에 머무르며 오랜 세월을 보내면 그 땅의 성질에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그 영향으로 인간의 기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환경에 의해 인간이 만들어진다는 충분한 근거가 될 것이다. 원초적으로는 유전자에 의해 기본적인 틀이 만들어지겠지만 그 다음에는 환경이 관여한다. 그래서 지방색이라는 것도 있게 된다. 우리 민족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살았던 장소에 의해 기질이 크게 달라지게된다. 그래서 함경도 사람·평안도 사람·경상도 사람·전라도 사람·충청도 사람·제주도 사람·서해안 사람·동해안 사람이라는 고유의 특징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심지어 식물에게도 적용되는 법칙이다. 땅은 이토록 만물에 작용하는 힘이 지대하다. 땅에 의해 만들어지는 기질은 국토가 바뀌면 더욱 현저해진다. 중국인의 음흉함, 일본인의 얄팍함, 한국인의 독선, 미국인의 경우 그 땅에 정착한지 400년 남짓인데 벌써 영국인과 확연히 달라졌음은 그 땅에 의해 만들어진 기질이다. 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에게 상당히 큰 영향을 준다. 최초의 인류는 모두 아프리카의 토질 또는 풍수의 영향을 받아 기질이 만들어졌다. 그 이후 이동이 시작되고 각 지역에 오래 머물면서 민족마다 특성이 달라진 것이다. 땅에 의한 기질변화는 얼마나 오랜 시간을 보냈는가와 땅의 성질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속초 앞바다를 바라보는 땅이 있다. 이 땅은 무엇일까? 양이다! 바닷가의 땅은 양인 것이다. 지리산 자락에 붙어 있는 조용한 땅은? 음이다. 산자락의 땅은 거의 다 음이다. 길쭉한 땅은? 양이다. 밖으로 휑하니 뚫린 땅은? 양이다. 꽉 막힌 땅은? 음이다. 높게 깎아지른 땅은? 양이다. 납작하게 엎드린 땅은? 음이다. 계곡은? 음이다. 능선 위의 묘 자리는? 양이다. 땅이 아름답다면? 여자, 즉 음이다. 땅에 조화가 없다면? 이는 제멋대로라는 뜻이다. 땅에 힘이 없어 보이면? 음이다. 땅이 용처럼 꿈틀거리는 것 같다면? 양이다. 땅에 고목(古木)이 많으면? 음이다. 나무가 어리면? 양이다. 잔디는? 음이다. 물이 없는 땅은? 음이다. 햇볕이 잘 드는 땅은? 양이다. 소음이 많은 땅은? 양이다. 지대가 낮으면? 음이다. 노출된 땅은? 양이다. 땅이 음인데 음의 성질을 가진 사람이 그 땅에 살면 겨울 같은 운명이 된다. 겨울 같은 운명이란 명예와 권력이 없고 발전의 속도가 느리다. 정신보다는 육체가 발달한다. 재물은 좀 있겠지만 친구가 적다. 여자라면 애인을 구하기 힘들다. 반면 양의 땅에 양의 성질을 가진 사람이 그 땅에 살면 명예와 권력이 있고 친구가 많고 화통하게 된다. 음의 땅에 양의 성질을 가진 사람이 살면 날로 기운이 쌓여 가고 돈·명예·권력 등을 성취할 것이다. 또 양의 땅에 음의 성질을 가진 사람이 살면 영혼이 위축되고 사업은 어려움이 많고 도중에 실패하기 쉽다. 이처럼 땅은 운을 만든다. 그래서 땅을 잘 만나야 운명도 좋아지는 법이다. 땅이란 운명을 개척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3대 요소 중 하나다. 옛 성인들은 이렇게 가르쳤다. 하늘에는 때(時)가 있고, 땅에는 이로움이 있고, 인간에게는 화합이 있다. 이른바 천지인(天地人)이다. 

 

한때 엑스레이를 만든 사람을 처단하자는 운동이 있었다. ‘인간의 몸속을 들여다보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인간의 몸은 신비해야 하는데 의사가 몸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이유였다. 성병균을 발견했던 의사는 매장당할 뻔 했다고 한다. 추하다는 이유였다. 진리는 추하든 아름답든 상관이 없다. 사실은 사실일 뿐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 세상이 시끄럽다. 복잡하고 혼잡한 땅을 피해서 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자연인들의 삶이 오히려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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