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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향교, 서당식 한시반 한시소개(2), 한시 한 수(칠언율시)
 
함양신문 기사입력  2021/08/02 [10:00] ⓒ 함양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한시 한 수(칠언율시)

 

▶ 저자 약력 

· 草庵(초암) 秦顯贊(진현찬) 

· 함양향교 한시 회원

 

歸園田居 전원에 돌아와 살며 尤운

귀원전거 

榴花紅氣滿庭流 석류꽃 붉은 기운 뜰 가득 흐르는 

류화홍기만정류 

長夏田園事事幽 긴 여름 전원에는 일마다 그윽하네.

장하전원사사유

白露悠悠南野浪 백로 유유한 남쪽 들판 물결 

백로유유남야랑 

靑松落落北山邱 푸른 솔 낙락한 북쪽 산언덕. 

청송낙락북산구 

吟詩故友何無興 시 읊는 오랜 벗 어찌 흥 없겠는가! 

음시고우하무흥 

随奏新情豈有愁 리듬 따라 새로운 정 어찌 근심 있겠는가!

수주신정기유수 

萬步春秋今日果 만 걸음 세월이 오늘날 열매 

만보춘추금일과 

渭川含意上虛舟 위천에 뜻 품어 빈 배에 오르네. 

위천함의상허주 

 

이 작품의 압운(押韻)은 우(尤) 운이다. 한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압운으로 운문과 산문을 구분 짓는 요소이다. 한문의 별칭은 문필(文筆)이며 시를 문(文), 그 외의 문장을 필(筆)로 구분한다. 문필(文筆)이란 말은 시와 문장을 가리키며 압운의 여부가 시와 산문을 구별 짓는 요소이다. 압운하지 않으면 제아무리 아정(雅正)하고 아름다운 표현을 했을지라도 시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제1구의 류(流)를 비롯하여 짝수 구를 살펴보면 유(幽), 구(邱), 수(愁), 주(舟)로 압운했다. 한자는 음악처럼 리듬을 가진 글자여서 조합하여 시를 이룰 때는 운자(韻字)라고 부르며 짝수 구의 끝에는 반드시 비슷한 소리를 가진 운자로 압운해야 한다. 언어의 정제와 절제 및 리듬의 조절이 압운의 가장 큰 역할이므로 한시를 감상할 때는 압운을 먼저 살펴야 한다. 압운이라는 요소를 이해하지 못하면 한시의 감상 자체가 어려우므로 사족(蛇足) 같지만 길게 설명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 작품의 주된 함의는 제1구의 석류꽃 붉은 기운(榴花紅氣)과 제8구의 빈 배(虛舟)에 있다. 석류꽃 붉은 기운이 뜰 가득 흐른다는 말은 넓은 정원을 가졌다는 말과 같다. 넓은 정원을 가졌다는 뜻은 생활의 풍요를 암시하며 제2구의 일마다 ‘그윽하다(事事幽)’로써 뒷받침되었다.

 

함련(頷聯)인 제3/4구는 그윽한 마음을 나타내는 상징이며, 이러한 상징은 대장(對仗)으로 표현해야 한다. 대장은 대구(對句)와 비슷한 개념으로 운자로 그린 그림으로 여길 수 있다. 시 속에 그림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는 “시중유화(詩中有畵), 화중유시(畵中有詩)”라는 성어는 대장표현에 어울리는 말이다.

 

동물인 백로(白露)에는 식물인 청송(靑松)으로 대장 하면서도, 백(白)과 청(靑)의 선명한 색깔이 드러난다. 유유(悠悠)와 낙락(落落)처럼 겹친 운자를 첩어(疊語)라고 하며 첩어는 생동감을 더하는 표현이다. 낙락은 가지가 길게 늘어진 소나무로 지조와 절개가 굳은 사람을 상징한다. 남(南)과 북(北)은 방향으로 방향에는 방향 또는 위치 등으로 대장 한다. 야랑(野浪)과 산구(山邱)는 자연의 대장으로 야랑은 미풍에 일렁이는 들판의 벼 물결을 뜻한다.

 

경련(頸聯)인 제5/6구는 유유자적(悠悠自適)을 나타내는 일상생활을 뜻한다. 제3/4구에서 그윽한 자연을 표현한 까닭은 제5/6구의 그윽한 일상생활을 나타내기 위한 전제에 해당한다. 친구가 시를 지어 음영하면 장단을 맞추는 표현은 백아와 종자기의 지음(知音)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중국 전국(戰國) 시대에 백아(伯牙)라는 거문고 명인이 있었다. 종자기(鍾子期)는 백아의 거문고 소리를 가장 잘 이해하는 친구로 백아가 높은 산에 오르는 생각이나 흐르는 강물을 떠올리며 연주하면 그대로 생각을 맞추었다. 《여씨춘추(吕氏春秋)·본매(本昧)》에 근거한다.

 

친구와 만나 시를 논하며 서로의 감흥을 나누는 일상은 지음을 연상시키는 고담준론(高談峻論)의 풍류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러한 표현에서만 그치면 단순히 풍류를 즐기는 한량 정도의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선비의 풍류를 즐길 정도의 수준을 쌓거나 한평생 열심히 살았다는 증명이 제7구의 ‘만보춘추’ 표현이다. 춘추의 표면적인 뜻은 봄가을이지만 이 구에서는 개인의 역사를 뜻한다. 한평생 열심히 살았다는 말은 ‘만 보’로 통할했으니, 이러한 시어가 함축을 나타내는 한시의 매력이다.

 

제8구의 위천(渭川)과 허주(虛舟)의 맺음은 진(晉)나라 은일 시인인 도연명이 〈음주(飮酒)〉에서 “동쪽 울타리 옆에서 국화를 따며, 유유히 앞산 바라본다(彩菊東籬下, 悠然見南山)”라고 읊은 구보다 진일보한 표현으로 평가하고 싶다. 도연명의 이러한 표현은 가난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도를 즐긴다는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상징하지만, 혼자만의 안빈낙도는 위선에 불과하다. 가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않았으니 아내와 자식이 대신 짊어졌을 가난의 질곡을 생각하면 안빈낙도가 아니라 부유한 가운데서 도를 즐기는 안부(安富) 또는 안풍낙도(安豐樂道)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제7구의 만보(萬步) 표현은 가장으로서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를 한 마디로 상징하며 안빈(安貧)의 위선을 물리친 말과 같다. 위천은 맑은 마음의 상징이며, 맑은 마음은 빈 배 상태의 마음 자세가 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안풍(安豐)의 삶에서 낙도(樂道)를 즐기는 일이야말로 참으로 어려운 현인의 자세이니 이러한 까닭에서 풍요를 바탕삼은 ‘허주(虛舟)’의 맺음이야말로 진일보한 표현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초암(草庵) 선생은 올해 구순(九旬)이시다. 나이를 잊은 듯 언제나 올곧은 자세로 작법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은 평생학습이 어떻게 몸에 배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주는 사례이며, 함양인의 표상으로 느껴져 뵐 때마다 절로 소매를 바로잡게 한다. 한시를 짓는 일은 고전의 이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통과 공감의 장을 마련하는 일과 같아서 무엇보다도 진솔하게 자신의 마을을 드러내어야만 가능하다.

 

원론은 간단하지만 실제로는 여태까지 닦은 학문과 삶의 체험과 나이와 사회적 위치 등이 복잡하게 얽히어 지식인으로 살아온 분들에게는 말처럼 단순하지 않다. 선생은 겉치레의 자존심이란 짐을 홀가분하게 내려놓으시고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의 자세로 시작(詩作) 임하시어 진정한 자존심을 세웠다고 생각된다. 앞으로의 한 수 한 수는 개인의 역사일 뿐만 아니라 함양의 선비 정신과 풍류를 재현한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해설:성기옥(한시 시인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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