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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작가 전희식의 마음 챙기기] 악몽을 넘어 해원의 용꿈
 
함양신문 기사입력  2020/10/26 [09:38] ⓒ 함양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전희식 ‘똥꽃’저자  © 함양신문

꿈을 꾸었다.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악몽이었다. 이 정도의 몸서리치는 악몽은 내 평생에 한 번도 꾸어 본 적이 없는.

 

알라딘 램프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너울대는 혼령들이 걸어 잠근 대문 틈새를 비집고 스며들었다. 틈새를 막자 옆쪽의 담장으로 스며들어 나를 향해 왔다. 뒷걸음치다가 큰 보자기로 바람을 일궈냈더니 담장으로 스며 밖으로 나갔다.

 

시체를 담은 관들이 하늘에서 툭툭 떨어져 마당에 쌓이기 시작했다. 한듯하게 누운 시체가 하나도 손상되지 않고 산 사람 같았다. 112와 119에 전화를 했는데 연결이 안 된다. 겁은 나지 않는데 그냥 귀찮다는 생각에 방으로 도망쳐왔다. 방에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 밖으로 내다 놓으려고 양 겨드랑이로 손을 넣어 들었더니 목이 없고 몸통이 텅텅 비어 있었다. 그런데 너무도 무거웠다.

 

뭐 이따위 시체가 다 있어 하고는 다른 방으로 도망갔다. 거기에는 칼로 길게 베어져서 피를 철철 흘리는 고양이가 쓰려진 채 나를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었다. 얼른 밖으로 집어 던졌다. 그랬더니 방구석에 그 고양이의 새끼들이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악몽 때문에 두세 번 잠이 깼었는데 무슨 연속극처럼 꿈이 이어졌다. 결국에 나는 한밤중에 잠자리를 바꾸었다. 그때에야 악몽 없이 잘 수 있었다.

 

제주도 북촌마을에서 있었던 일이다. 장애시설에서 일하는 돌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제주도에서 치유 프로그램을 맡아 2박 3일 진행하고 제주 4.3 유적지 탐방을 시작하기 전날 밤이었다.

 

넓은 돌밭을 뜻하는 너븐숭이 유적지를 둘러봤다. 현기영 선생의 소설 ‘순이삼촌’의 배경이 된 곳이다. 그곳에는 전설의 고향에서나 나올법한 애기 무덤이 즐비했다. 사람이 죽으면 흙 속에 묻히는 줄로 알았는데 너무도 낯선 돌무덤이었다. 누가 이 핏덩이 주검을 위한 한 줌 흙조차 허락하지 않았을까. 돌무더기 속에서 식어가는 엄마의 젖꼭지를 물고 속절없이 삭아 내렸을 어린 영혼들께 용서를 빈다는 비문이 처연하다.

 

[한국종교인 평화회의(케이시알피. KCRP)]의 추모비가 있었다. ‘평화와 살생의 꽃으로 피어나소서’라고 쓰여 있었다. 4.3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그 유가족들에게 깊은 형제애와 평화를 기원한다고 덧붙여 있었다.

 

그날 밤에 또 악몽을 꾸었다.

 

서하면 봉전마을 내 고향 동네였다. 책보를 등 뒤로 둘러맨 학동인 내가 소를 몰고 냇물을 건너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소가 미끄러지면서 물속 바위 틈새에 머리가 박혀 꼬르륵꼬르륵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급히 바위를 들어냈으나 이중으로 돌에 끼인 소머리가 안 빠졌다. 옆 돌을 들어내고서야 소의 머리를 물 밖으로 빼냈으나 소는 숨이 넘어가고 있었다. 철퍼덕 주저앉아 소의 머리를 내 무릎에 누이자 소가 폭포수처럼 눈물을 쏟더니 한참 만에 모기만 한 소리로 "나는 인제 이렇게 해서 갑니다."라고 했다.

 

나는 ‘어무이’를 부르며 엉엉 울었다. ‘안 돼, 안 돼.’라고도 부르짖었다. 내 울음소리를 상두꾼의 매김소리로 삼았는지 소는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기미년 3.1 만세 혁명 때 1년 동안에 일경에 의해 동포 6,800명이 죽었다. 일경도 애들은 죽이지 않았다. 제주 4.3 항쟁 때는 적게는 3만 명, 많게는 8만 명이 죽었다. 해방된 조국에서 제주도민은 같은 동포인 군인과 경찰에 의해 핏덩이 애들까지 죽임을 당했다.

 

이틀간 계속된 내 꿈이 한바탕 해원굿이길 빈다. 악몽을 넘어 해원과 상생, 평화를 촉진하는 용꿈이길 빈다. 꿈속의 내 시달림이 눈을 못 감은 원혼들에게 작은 위안이길 빈다. 전쟁과 대립을 화해와 공존으로 이끌어가는 징검다리가 되어주길 빈다.

 

 

 

nongj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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