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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충현 출향인의 고향 그리기]당곡 정선생(唐谷鄭先生) 심진동(尋眞洞) 연포대(鍊鋪臺)
 
함양신문 기사입력  2020/08/10 [09:42] ⓒ 함양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권충현 재외함양군향우회     © 함양신문

 

함양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나 외지에 나가 살아가고 있는 우리 출향인들은 지역별로 혹은 직종별로 향우회를 조직하여 고향 사랑과 향우들 간의 친목 도모를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으며 각 지역향우회를 단위 조직으로 하는 전국적 규모의 향우회 조직인 재외함양군향우회연합회를 결성하여 40만 함양군 출향인 모두가 하나로 이어지는 연계 활동도 하고 있다. 재외함양군향우회연합회에서는 매년 고향 함양의 명소 한 곳을 선정하여 탐방하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향우들이 함께 어울려 친목을 도모하는 한마음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작년에는 용추폭포가 있는 심진동 계곡에서 한마음 행사가 열렸다.

  

심진동 계곡 용추폭포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우리 고장의 명소이기에 필자는 용추폭포를 몇 번이나 다녀왔다. 하지만 매번 용추폭포 아래서 장쾌하게 떨어지는 폭포만 구경하고 되돌아왔다. 그게 용추계곡의 끝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 재외함양군향우회연합회 한마음 행사는 끝자락이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곳에서 여정이 시작되었다. 장수사 일주문 앞에서 출발하여 폭포를 구경하고 용추사를 거쳐 길고 긴 용추계곡 단풍길을 걸어 자연휴양림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사평교 인근 용추오토캠핑장에서 어울림 한마당 행사를 하는 코스였기에 처음으로 폭포 위를 올라 가 볼 수 있었다. 폭포 위에는 폭포 아래서 폭포만 보고 갔을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비경이 숨어 있었다. 넓은 너럭바위와 맑고 깨끗한 계곡물이 격한 폭포수와는 무관한 듯 전혀 다른 모습으로 펼쳐져 있었다. 글자 그대로 폭포 아래와는 다른 별천지였다. 인간의 삶에서도 익숙한 세계를 초월할 때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되는 법인데 그 경계를 넘기가 쉽지 않아 다른 세계가 있음을 알지 못하고 익숙한 세계에 갇혀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곳에서 필자는 당곡 정선생(唐谷鄭先生) 심진동(尋眞洞) 연포대(鍊鋪臺)라는 글자가 새겨진 큰 바위를 만났다. 그 바위에는 다른 글자들도 새겨져 있었지만 박락(剝落)이 심해 읽을 수는 없었다. 다른 아무 수식 없이 당곡 정선생이라 새겨진 각자를 보면서 어떤 어른이었기에 그냥 선생이라고만 호칭했을까 궁금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이름자까지 썼을 텐데 아마도 널리 알려지고 두루 존경받는 어른이었기에 그냥 당곡 정선생이라고만 했을 테니까.

  

행사가 끝나고 대구에 들어간 다음 박사과정에서 한문학을 전공한 지인에게 자문을 구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자문을 구했는데 그 지인이 당곡 선생을 알고 있었다. 우연히 아니 다행스럽게도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 지인은 십여 년 전에 당곡정선생실기(唐谷鄭先生實記) 국역(國譯) 사업에 참여를 했던 사람이었다. 그 지인은 내게 당곡정선생실기를 한 권 선물했다. 그 책을 보고 선생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으며 당곡 선생이 좌안동 우함양이라는 함양인의 자부심 형성에 주춧돌 같은 역할을 했던 어른이라고 높이 평가하게 되었다. 사화(士禍)로 인해 무너지고 흐트러진 우리 함양의 문풍(文風)을 추스르고 불을 지펴 다시 타오르게 했던 초야(草野)의 큰 스승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우리 함양의 소중한 문화유산(文化遺産)을 발굴(發掘)하고 현창(顯彰)해 나가는 함양문화원(咸陽文化院)의 존재와 역할을 재평가하고 한없는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국역(國譯) 당곡정선생실기(唐谷鄭先生實記)는 바로 우리 함양문화원에서 2008년에 발간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알지 못하는 어른이지만 이 귀한 책을 발굴하고 우리가 읽을 수 있도록 국역하여 발간해 주신 당시의 김성진(金聲鎭) 문화원장님과 관계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한편으로는 함양에서 나고 자랐으며 명색이 교육학 박사인 필자가 우리 함양의 대표적 교육자이셨던 당곡 정희보 선생에 대해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선생께 참으로 민망하고 송구스러울 뿐이다.

  

심진동 연포대란 어떤 의미일까? 심진동(尋眞洞)은 용추계곡이 안음삼동(安陰三洞) 중의 하나이니 이해가 되지만 연포대란 말은 낯선 말이다. 연(練)은 익히다, 단련하다, 훈련하다, 겪다, 익숙하다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포(鋪)는 펴다, 늘어놓다, 두루 미치다, 베풀다, 퍼지다, 가게, 점포, 문고리 등의 의미를 지닌 글자이고 대(臺)는 높고 평평한 곳, 높고 평평한 건축물, 관청, 물건을 받치거나 올려놓는 곳, 무대, 받침대, 탁자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니 연포대(練鋪臺)란 아마도 ‘배움이 세상에 두루 미치도록 심신을 수양하고 단련하던 높고 평평한 곳’의 의미로 쓴 것이라고 해석하면 될 것 같다.

  

흔히 산수가 아름다운 명소에 가면 옛날에 어떤 유명한 인사가 이곳을 사랑하여 자주 들러 지팡이[杖]도 내려놓고 신발[屨]도 벗어둔 채 유유자적하며 즐기던 유서 깊은 곳[所]이라는 의미의 글자가 새겨져 있다. 소위 아무아무개 장구지소(杖屨之所)란 글씨다. 화림동(花林洞) 계곡 농월정에는 지족당 장구지소(知足堂杖屨之所), 원학동(猿鶴洞) 계곡 수승대에는 갈천 선생 장구지소(葛川先生杖屨之所)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그러나 이곳 심진동(尋眞洞) 계곡 용추폭포엔 당곡 정선생 연포대(唐谷鄭先生 練鋪臺)라고 적혀 있다. 아마도 그를 기린 후인들은 당곡 선생이 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치열한 배움의 자세를 가지고 이곳에 단정히 앉아 심신을 수양하고 공부했던 사실을 오래도록 후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재외함양군향우회연합회가 있고 출향인들의 고향 사랑하는 마음이 하나로 모이는 한마음 행사가 있었기에 우리 고장 함양의 명소 용추폭포에 당곡 선생 연포대란 각석이 있고 우리 고장에 그런 훌륭한 선생이 계셨던 것을 알 수 있게 되었으니 향우회의 활동에 감사해야겠다. 당곡 선생의 가르침이나 업적(業績)에 대한 기술(記述)은 지면상 다음 글에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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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안 2020/08/11 [18:13] 수정 | 삭제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당곡공의 13대 손입니다.저희도 모르고 있었던 내용인데 새로이 알게되어 많이 기쁩니다.혹시라도 다음에 함양오셔서 연락한번 주시면 식사라도 한번 대접하고자 합니다.제이름은 정재안입니다. 함양신문 회장님께 물어보시면 저와 연락될겁니다. 거듭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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