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9일 대봉산 짚라인(높은 곳에서 와이어를 타고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 형태의 놀이기구) 공사현장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하여 1명이 사망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돈 먹는 하마로 불리고 있는 대봉산은 천사령 전 군수 때부터 시작된 릴레이식 투자가 임창호 전 군수 때 1000억을 돌파하는 피크를 찍었고, 지금도 마무리 형식으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본지는 언제나 함양은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의 본고장임을 자임하면서, 함양의 문화를 전승 보전하는 데 많은 군민의 지혜와 슬기를 모아야 한다고 수없이 주장해 왔지만, 그동안의 군수들은 문화보존보다는 눈에 띄는 단기업적주의에 빠져서 가재처럼 옆길을 걸어왔다. 당연히 그윽하고 깊은 함양의 전통문화는 개발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군정의 연속성이나 지금까지 들어간 예산이 아까워서라도 대봉산 관광개발에 어떤 마무리는 있어야겠지만, 새로운 관광지 개발보다는 함양군의 고유 문화유산을 보전 발전시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일례로 항일 밸트권이라는 개념으로 개발한다면, 함양은 전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역사자원을 가지고 있다.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인 백용성 선사가 독립운동 자금을 조달하고자 1929년 개간한 농장인 백전면 백운산의 '화과원(華果院)’은 상해임시정부에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하였으며, 일제 강점기 희생된 서상면 200여 기의 무연고 무덤, 1597년 정유재란 때의 황석산성 전투(서하면, 안의면), 서상면 금당리의 논개 묘역, 1380년 고려 우왕 6년 8월에 금강 하구로 왜구 500여 척이 침입하여 섬멸하였으나 왜구 도주 잔당과 수동면 연화산의 사근산성에서 전투를 벌여 고려 병사 500명이 전사하는 등 이러한 역사자원을 연결하는 700년간의 항일 밸트라인을 역사의 산교육장으로 개발할 수도 있겠다. 삼국 시대에 일본으로 문화전파를 해준 우리에게 일본은 참으로 오래전부터 약탈과 침공으로 은혜를 배신해온 호전적인 민족이며, 이 사실을 잊는 순간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
그 외에도 지곡면 개평 정여창 관련 문화, 안의면 정자 문화, 남계서원 등 수많은 서원 문화가 인문학자의 개발 컨셉과 방향을 기다리고 있다. 본지에서 수차에 걸쳐서 주장했듯이 방향 설정 없는 개발은 그냥 난개발일 뿐이며 후에 더 많은 예산을 들여 뜯어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상림숲 주변 난개발이 그 표본이다. 상림은 현재 고사(枯死)진행중에 있다.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중요한 일이지만, 자원과 여력이 부족한 우리 함양에는 우리 미래의 먹거리로도 너무나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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