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嚴弘吉, 밀레 이사)은 히말라야 8천미터 14좌(座)에 이어 로체샤르(8400m)와 얄룽캉(8505m)등 로체(8511m)와 캉첸중가(8586m) 위성봉(衛星峰)마저 오른 세계 최초의 산악인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그는 22년 동안 무려 38번의 도전을 감행했고, 그 과정에서 후배 6명과 셰르파 4명을 잃었다. 엄홍길은 이제 오늘의 자신이 있기까지 희생을 해가며 도와준 산악인과 셰르파들의 유족을 돕고, 그를 받아준 산(山)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지 8,000 M 부터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산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나는 한발자국도 올라갈 수 없다.” 산악인 엄홍길씨 강연 중 감동을 받았던 부분이다. 엄홍길 씨의 마음의 위치가 산보다 아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천 미터 고봉 16좌 등정에 성공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도전정신의 뿌리와 같은 마인드였다.
우리는 ‘갑’을 좋아한다.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친구들 사이에서도 갑이 되고 싶고 마음에 왕이 되고 싶지 을이 되고 싶지는 않다. 요즘 갑질 논쟁에 관한 보도를 많이 본다. 직장내 괴롭힘, 알바생 중 75%가 부당한 갑질을 경험 했다고 한다. 우리 마음의 위치를 어디에 올려 둘 것인가? 점점 높은 정상에 올려 놓고 싶은 것이 우리 마음이 아닐까?
하지만 산악인 엄홍길씨는 다르다. 몸은 더 올라 갈수 없을 때까지 올라가지만 마음은 더욱더 낮은 곳으로 올라(?)간다. 산악인으로서 그의 마인드는, 산을 오를 때에 산이 잠시 정상을 빌려주는 것일 뿐 산을 정복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한다. 자연의 섭리 아래 겸허한 자세를 볼 수있다. 갑의 자리는 산에게 내어 주고 본인은 을의 위치에서 산을 오르는 그 모습 , 그 한 발 한 발이 너무 아름답다.
인간은 과연 강한가? 나약함을 인정하고 겸허히 사는 것이 곧 강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누구나 인생의 갑이 되어 원하는 것을 가지고 싶어하고 누리고 싶어한다. 하지만 오늘 하루 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한번 들어가보자. 그 곳에서 엄청난 행복의 비밀을 발견하리라 생각한다. 높은 곳에서 다른 사람을 내려다 보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서 다른 사람을 올려다 볼 수 있는 그 곳으로 들어가 보자. 거기에는 배움과 발전과 경청이 있을 줄로 생각한다.
*셰르파 : 티베트어로 '동쪽 사람'이라는 뜻이다. 현재는 히말라야 등산에 없어서는 안 될 등산안내자 즉 '도우미'란 의미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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