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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암 소재우] 보릿고개, 누룽지로 허기 때운 어머니시대
 
함양신문 기사입력  2020/05/25 [09:56] ⓒ 함양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송암 소재우 본지논설위원  ©함양신문

  사람이 세상을 살다보면 천재(天災), 인재(人災) 등으로 삶이 고달픈 때가 많다. 지금 우리가 코로나 전염병으로 재난을 격고 있다. 역사적으로 일제 강점기 전쟁 중에 만주로 먹이 찾아 이주, 북한에는 고난의 행군이 있었고 우리나라는 옛날 못 살던 때의 보릿고개가 연례행사처럼 있었다. 작년에 거둔 쌀이 떨어져 굶주린 봄철이 오니 먹을 것이 없을 때 보릿가을이 되어 들판의 푸른 보리를 보면서 먹지 못해 허기를 느끼니 온 식구가 괴로운 때였다. 그때의 어머니들은 식구들의 먹을 것을 구하려 산으로 들로 다니며 쑥이나 나물이나 송구를 구해와 때를 이어 가던 때라 어머니는 그 조차도 못 먹고 누룽지로 때웠다. 요지음도 들에서 일을 하시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을 보니 그 옛날 어려웠던 시절 젊은 아내로 어머니로서 격어야 했던 눈물어린 시집살이가 떠올라 되돌아본다.

 
 80대 전후 세대들의 한평생 인생길이 아무리 고달프고 힘든 가시 밭 길이라고 말하지만 그 시대의 어머니들이 걸어온 인생 여정은 왜 거리도 험난했고 눈물로 얼룩진 한만은 세월을 어떻게 보냈는가?

 
 당시 어머니들은 찢어지게도 가난한 이 땅에 여자로 태어나 청초하게 돋아나는 새순의 꽃 같은 나이를 느낄 겨를도 없이 코앞에 들이 닥친 비운의 삶을 살아왔다. 요즈음 트롯터 가요에서 붐이 이는 보릿고개 노래를 들으면 한층 더 당시를 슬프게 느끼게 한다.

 
 나라 없는 설음과 가난에다 전쟁이 뭔지 평화가 뭔지도 모르는 채 일본군국주의가 저지른 대동아전쟁의 압박 속에 연명하다 겨우 해방의 기쁨을 맞보았다. 그리고 우리나라 건국을 축하 하자마자 북쪽의 남침 만행으로 온 국민이 아비규환의 6.25전란에 휩싸여 남편은 공산군을 무찌르려고 군대에 가고 어머니는 남은 식구들을 이끌고 이리 저리 피난살이 하다 보니 보리밥은커녕 하루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려워지자 온통 내 잘못이라고 통곡하던 어머니들이었다.

 
 그래도 식구들 먹여 살리겠다고 힘써서 감자밥, 고구마 한개, 시래기 죽, 쑥 털터리 송구 떡 등으로 연명하며 그 지긋 지긋한 보릿고개를 슬픈 운명으로 넘어온 꽃다운 젊은 어머니의 나날들·····!  돌아보면 굽이굽이 눈물겨운 가시밭, 그 길고도 험난했던 고난의 세월을 어떻게 용케도 넘어왔구나 싶네요?

 
 당시 농촌은 3~4대가 한집에서 살던 대가족으로 어머니들의 대부분이 혹독한 시집살이를 했다. 양식이부족한 시절이라 가마솥에 밥을 하면 위에서부터 할아버지와 어른들 그다음 자식들 밥을 다 푼 다음 솥에 검께 누러 붙은 누룽지를 박박 긁어서 밥 대신 먹었다. 그것도 새끼 딸린 검둥이가 부엌 앞에 쪼그리고 앉아 쳐다보면 반쯤 남겨주어야 했던 어머니의 눈물어린 누룽지 밥!! 그렇게 밥찌꺼기와 누룽지만 먹으며 힘겨운 시집살이를 하였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 누룽지와 숭늉이 자식을 주렁주렁 낳고 호된 시집살이를 하는 어머니들의 목숨을 살렸다. 자신의 고된 시집살이의 아픈 마음은 바람에 날려 보내고 품에 안긴 자식이 무탈함을 보고 웃음 짓는 어머니!

 
 오늘 날 하얀 쌀밥이 맛은 좋지만 비타민이 부족하다고 약방에서 사다먹는데 옛날 어머니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누룽지 먹고 고된 시집살이를 하고 집안일, 들일, 줄줄이 애기 낳고도 쓰러지지 않고 성인병 안하고 지금까지 사신 것은 누룽지와 숭늉이 가장 좋은 보약 같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도 누룽지(炊乾飯,취건반)는 “음식이 넘어가지 못하고 토하고 먹지 못하는 병인 열격(咽膈)은 누룽지로 치료한다.”고 쓰였다. 쌀눈 덩어리가 뭉친 누룽지는 필수 아미노산이 많아 어린이에게는 밀가루 보다 배가 좋단다. 영양학적인면에서 밥을 할 때 뜨거 우면 쌀눈이 떨어져 가라앉아 누룽지가 되니 우수한 식품인 것이다. 그래서 옛날 어머니들은 역설적으로 영양 많은 누룽지를 먹어서 아기들을 줄줄이 기르면서 살아남았던 것인지?

 
 당시의 어머니는 고된 삶에 흰쌀밥 한번을 제대로 못 먹고 가신분도 많았다. 그렇지만 그런 분들이 고생한 노력 덕에 오늘 날 이 나라가 부강하게 잘 살고 있는 것이다. 이 땅의 산천을 살찌우고 나라를 이만큼 살게 한 장한 대한의 딸 70~80대 할머니 고생 참 많으셨습니다. 어머니의 삶을 지켜준 누룽지여! 너희들도 참 고맙다고 말하고 싶구나!

 
 이제 옛날의 고생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심한 세월의 파도에 밀려 몸   둥 이는 이미 여기저기 아파 성한데 하나 없고, 주변의 아는 사람도 하나 둘씩 저세상으로 사라지고 있는 이때에 늙은이로서 정신은 자꾸 혼미해 가니 황혼 길임을 느끼게 되는구려. 코로나를 더욱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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