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무원들은 출장이 많다. 예전에는 현장확인 없이 책상 앞에만 앉아 일한다고 비난받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급한 민원서류를 가지고 왔는데 담당 공무원이 자리를 비워 막막하다는 사람도 많다. 하는 일에 따라 출장이 잦은 자리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자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이 자리를 비워 업무가 마비된다면, 이것은 정상적인 시스템이 작동되는 조직이라 할 수 없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이자 인공지능 시대이다. 컴퓨터나 로봇에 일자리를 뺏겨서 일자리 나누기를 하는 나라가 점점 늘어가는 세상에, 인공지능까지 영역확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건만 참으로 한가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 My Car 시대도 설마 했는데 한순간에 닥쳤고, 휴대전화 시대 또한 한순간에 닥치는 걸 경험한 사람이라면 인공지능의 업무 영역확장도 한순간에 닥칠 일이라는 걸 예감하고 있을 것이다. 전 국민의 손에 도서관 몇 채가 넘는 정보를 들고 다닐 줄을 20년 전에 상상이나 했을까.
‘지금은 무한 서비스 시대, 공무원 출장중 불통은 시대 역행’
한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다른 공무원이 대신 일을 처리할 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2, 3차 산업혁명 시대의 개념에 지나지 않는다. 하물며 그런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했다면 앞으로 닥칠 초연결(超連結) 시대를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물론 민원 처리에 어떤 책임 한계도 있다고 말하겠지만, 그것은 아직 업무의 표준화도 이뤄지지 않았음을 자인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기술공유를 안 함으로써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정보화의 물결 앞에 모두 흘러간 개념이 되었으며, 지금도 극도로 정보공유를 꺼리는 중세시대의 도제식(徒弟式) 시스템을 운영하다가 비난을 받거나 아니면 스스로 몰락을 자초하는 분야가 많이 있다.
옛말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지만, 지금은 자리도 사람도 없는 메마른 시대가 되었다. 남은 건 자리 대신 직무가, 사람 대신 직능으로 대체되어 세분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자리와 사람은 수평화되는 추세이다. 일에 대한 낭만이나 인간미가 없어져 씁쓸하지만, 도도하게 흘러가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어쩌겠는가. 뒤처지면 기회도 일자리도 모두 잃는 시대가 되었건만, 이 상황을 이끌고 지휘하겠다는 공무원 사회는 중세시대에 머물러 있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이제는 인공지능을 장착한 기계와 차별화되는 것을 보여주어야 사람으로서 기계에 밀리지 않는 세상이 닥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인간성이다. 공무원의 경우에는, 민원인 즉 국민을 배려하고 모시는 마음일 것이다. 모든 공무의 최종소비자가 국민이라는 마음가짐이 없다면 결코 기계에 이길 수 없을 것이며, 인공지능 개발업계에서는 사람의 감성까지 장착한 인공지능으로 추격해 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는 공무원들도 사람이며 직장인으로서 편하게 근무할 권리가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하는 일이 국민과 직접 관련되는 중요한 일이다 보니 공과 사를 잘 가려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의 시스템은 조직에서 관리하고 변경해야 하는 일이지만, 자신의 직무 소비자인 민원인을 생각한다면 그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사소한 배려는 개인의 품성으로 풀 수 있어야 한다. 출장을 가고 자리를 비우더라도 다른 사람이 대신 업무를 처리하면 제일 좋겠지만, 인력 부족으로 그게 어렵다면 휴대전화로 착신전환이라도 해서 민원인의 불편을 줄이는 방법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굳이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지금은 무한서비스 시대이며 곧 닥칠 기계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하나씩 배려를 늘려가는 연습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