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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 정일상] 무 불상 시대
 
함양신문 기사입력  2019/08/05 [11:38] ⓒ 함양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청암 정일상 시인.수필가 본지 논설위원  © 함양신문

 

우리나라 사찰에 가면 어느 절을 막론하고 화려한 황금불상(黃金佛像)이 거창하게 모셔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생각해 본다. 불상의 기원은 부처님 열반(涅槃) 500년경 인도 간다라와 마투라 지방에서 여러 형태의 불상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그러니까 서가모니 당시부터 500년 까지는 무 불상(無佛像) 시대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상은 굽타왕조를 거치면서 서서히 통일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부파불교(部派佛敎)의 출현과 함께 불교미술도 대승(大乘)과 소승(小乘)의 현격한 차이와 전래(傳來) 지역의 구분을 가져오고, 중국에서는 대승사상과 함께 불상의 양식도 다시 한 번 재정립되어 진다. 그러한 경로를 거쳐 한국에도 불상이 전래되고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여겨진다.

무 불상시대라 함은 부처님 열반 후 500년 동안 부처님의 모습을 그림이나 조각으로 표현하지 않고 탑, 보리수나무, 법륜(法輪), 사자상 등으로 대신하여 나타내던 시기를 일컫는다. 그런데 그것이 잘못 전해져서인지 불상을 모셔놓고 기복신앙(祈福信仰)으로 흐르게 된 것은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종교는 진리 그 당체(當體)를 믿어야 하는데 말이다

 한 번은 달라이 라마가 대형 사찰이 만들어진 낙성식에 초대됐다. 엄청난 크기의 불상이 세워진 사찰이었다. 달라이 라마는 자신의 법문(法門) 차례가 되자 그 불상을 힐끗 쳐다보고는 뼈 있는 농담으로 법문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게 큰 불상이 어느 날 넘어져서 사람을 깔게 되면 부처님이 사람 죽였다하지 않을까요?”

이 말은 부처의 장엄(莊嚴)을 곧 신심(信心)으로 착각하는 불자(佛子)들이 세계에서 제일 큰 불상 또는 동남아에서 제일 큰 불상 등, 부처의 장엄에 목숨을 거는 것을 경계한 에피소드로 이런 불상은 한낱 우상(偶像)이라 꾸짖는 말씀이 아닌가 싶다. 종교는 간단한 진리의 상징 정도로 장엄하면 좋을 것 같다. 불상이 없으니 장엄할 필요가 없고, 장엄한 불상이 없으니 불상이 넘어져서 사람을 죽일 염려는 더구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원래 불교에도 정법(正法)시대에는 불상이 없었다. 서가모니 부처님은 태자의 자리를 버리고 나오신 분이다. 진리를 대각하신 서가모니는 입멸(入滅) , 불상을 만들어 공양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았다. 그 영향으로 부처님 사후 500년간 정법시대에는 무 불상 시대였든 것이다

 500여 년이 지난 상법(像法)시대 알렉산더의 침공 이후, 간다라 지방에서 불상이 만들어 졌다. 이로서 세상에 오셨던 위대한 인류의 스승으로서의 부처의 모습은 사라지고 초인간적, 초자연적 존재로 불상이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불상숭배는 부처님의 인격에 국한하여 후래 제자로서 그 부처님을 추모(追慕) 존숭(尊崇)하는 데에 뜻이 있을 뿐이다.

종교심벌은 크기의 대소에 방점을 찍으면 안 된다. 작아야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종교가 크기 혹은 성장에 휘둘려 공감연민이라는 본질을 놓치면 안 되며, 종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항상 강조하는 것도 상대방과 손을 맞잡고 눈을 마주쳐야 한다고 하셨다. 심지어 달라이 라마는 나의 종교는 친절이라고 까지 하였었다.

진리의 신묘(神妙)한 측면을 공적영지의 광명이라 하며, 모든 것이 비어 있으나 모든 것을 신령(神靈)하게 알게 되는 것이며, 이 공적영지를 체득하는 방법이 바로 선()에 있다 하겠다. 마음이 안정되면 그 안에서 지혜가 솟아나며, 물이 고요히 가라앉으면 사물(事物)이 비춰지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진리는 그대로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공적영지의 광명을 따라우주가 대소유무로 생성 변화하는 것이 조금도 틀림이 없어서 선악업보(善惡業報)와 보고 듣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손바닥의 한 구슬 같이 역력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천지도 앎이 있다. 땅이 무정한 것 같지만 씨앗이 싹터 자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진리의 광명은 조금도 가리는 것이 없다. 어쨌든 우리가 신앙을 하면서 저 거대하고 화려한 불상을 믿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무 불상 시대를 간절히 바라고 원한다.

 지금은 무 불상시대가 아닌가 생각된다. 오직 진리 당체를 믿고, 진리를 닮아가며, 진리 행을 하면, 우리는 자연 진리와 합일 되어 원하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것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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