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KBS-TV 대하드라마 토지(박경리 원작) 주인공, 탤런트 윤승원씨가 함양에 왔다.

시골 5일장 풍경을 리포트하기 위해 이른 아침 윤승원씨와 함께 지리산 함양시장을 둘러보았다.

할머니들이 좌판을 벌여놓고 나란히 앉아 있다. 깻잎 몇 장, 마늘 몇 됫박, 도라지 몇 포기, 들기름 두어 병, 할머니들이 이른 아침부터 이고 지고 온 물건이 소쿠리에 소담히 담아져 있다. 한 할머니의 시커멓게 단 손등에 주름이 자글자글 앉아 있었다. 손등 곳곳이 터서 상처가 나 있었고, 손톱 밑에 흙 때가 까맣게 끼어 있다.

“할매 올해 몇 되셨소.” “일흔넷 묵었다.” 할머니가 환하게 웃는다. 어금니가 없어 할머니의 웃음이 더 가슴에 남는다. 윤승원씨가 할머니에게 묻는다. “금강산도 식후경, 함양시장 주변에 별미집 없소?”

“머 묵고 싶은데?” “된장찌개요.”

“조(저쪽) 식당 가봐라, 냉이된장찌개가 아조아조 맛 있더라”

윤승원씨가 입맛을 다신다. “우와? 냉이요? 냉이된장찌개 고곳 좋지, 정상목 기자 갑시다”

할머니가 강추(강력추천)한 곳은 배롱식당. 시장통 영창상회 앞에 있다. 상호 배롱은 배롱나무에서 따온 것 같다.

배롱나무는 햇볕이 사정없이 내리쬐는 뜨거운 여름날에 꽃을 피운다. 산천초목이 모두 초록 세상이라 배롱나무 꽃은 한층 더 돋보인다. 배롱나무를 중국에서는 ‘자미화(紫微花)’라고 부른다. 자미紫微는 우주만물의 으뜸이라는 뜻이다.

배롱식당에서 윤승원씨는 삼겹살과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윤승원 맛도사가 냉이 용비어천가를 부른다. “냉이는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전령사랍니다. 새콤달콤한 달래무침이나 달래간장으로 밥 한 그릇 뚝딱 비웠을 때, 된장 풀어 끓인 냉잇국을 한 수저 떴을 때, 입 안 가득 퍼지는 냉이 향기에서 우리는 봄을 느끼지요. 여기에 쌉쌀한 맛으로 겨우내 텁텁했던 입맛을 신선하게 자극하는 씀바귀까지 더해지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지요. 그래서 옛날부터 사람들이 냉이를 아예 보약이라고 불렀답니다.”

배롱식당의 다른 메뉴는 삼겹살, 김치찌개, 돼지김치 짜글이. 모든 음식은 김치부터 직접 만들고 손님상에 올린다. 파저리(파무침)도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들어 제공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맛있다고 이야기한다. 양파지, 갯잎지, 여주지를 작접 만들어 손님에게 내어준다.

여주지를 일본에서는 ‘고야’라고 부른다. 가수 양희은의 말에 따르면 일본 고야를 가리켜 세계 10대 명품요리라고 말한다. 여주는 혈관과 뼈를 강화시켜주는 식품이다.

장수 비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의 대표적인 요리이다. 여주(고야)에는 비타민이나 사포닌 등 여러 가지의 유효성분이 많으며, 특히 사포닌은 대장암을 예방하는 힘이 뛰여나다. 그래서 세계 최고 장수마을이라고 불리우는 일본 오키나와 사람들은 고야(여주)를 즐겨 먹고 있다.

여주는 갈증과 열독을 풀어주는 효능이 알려져 있다. 그래서 열병으로 인한 일사병, 이질을 치료한다. 눈을 밝게 하고 가슴이 불안한 증상을 진정시키는 작용도 있다. 당뇨병에 걸린 토끼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여주가 혈당을 뚜렷이 내리는 작용이 있음이 발표되었다.

배롱식당이 자신 있게 내놓는 음식은 씨래기 무침, 잡채.

씨래기에는 뼈 조직에 도움이 되는 칼숨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씨래기 100g당 약 330mg의 칼슘이 포함 되어 있다. 칼슘은 뼈와 근육 치아형성에 필요한 성분이다. 골다공증 예방에도 씨래기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씨래기에는 식이섬유가 포함되어 있어 내장질환 예방을 도와주며 장내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며 혈당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배롱식당 씨래기 맛에 도취되어 풍수학자 야은거사, 소설가 박관식 등이 함양에 오면 이 식당을 꼭 찾는다고 한다. 배롱식당은 한외순, 한수연, 한수자 자매가 운영한다. 고향은 하동 적량면 고절리 고적부락이다.

*배롱식당

주소/함양군함양읍 용평4길 10

전화예약/055)963-5667/한외순010-4540-2383/한수연010-8664-9034

정상목기자mogsang113@hanmail.net

▲     © 함양신문

▲     © 함양신문

▲     © 함양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