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고 >
[청암 정일상]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선량들
청암 정일상 시인.수필가 본지 논설위원
 
함양신문 기사입력  2018/03/12 [10:39] ⓒ 함양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청암 정일상 시인.수필가 본지 논설위원  © 함양신문

 

 

요즘 국회의원과 지방자치제도하의 지방의원들을 우리는 선량(善良)들이라 부른다. 그 선량들이 당선되고 금뱃지를 달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들의 초심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온갖 영화를 누릴 뿐 아니라 방자한 꼴을 가꿈 볼 수 있다.

 선량이라 함은 한()나라 시대에는 지방 군수가 관리를 선발하여 조정에 천거했는데, 이때 군수에 의해 선발된 사람을 가리켜 선량(選良)이라고 불렀었다. 당시의 선량이란 현량방정(賢良方正)하고 효렴(孝廉)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런데 조선시대로 내려오면서 그 뜻이 바뀌어 과거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을 가리키다가, 현대에 이르러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을 지칭하는 말로 굳어진 것이다.

 우라말에 단경(短警)이란 말이 있다. 짧은 등잔대란 뜻인데 당()나라 시인 한유(韓愈:768824)<단등경가(短燈警歌)>라는 시 때문에 유명해진 말이다. 이 한유는여덟 자 긴등잔대는 쓸데없이 길지만/ 두자 짧은 등잔대가 편하고 또 밝구나(長警八尺空自長/ 短警二尺便且光)라고 시가를 지어 노래한 적이 있다. 두자짜리 등잔대는 가난하던 시절 독서하던 등잔대이고, 여덟 자짜리 등잔대는 과거 급제 후 새로 산 비싼 등잔대란 말이다.

 그래서 단경(短警)이란 말은 구차하고 벼슬이 시원찮았던 시절의 초심을 잃은 벼슬아치를 풍자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한유는 이시에서하루아침에 부귀하게 되니 도리어 방자해 져서/ 긴 등잔대 높이 걸고 진주와 비취 비춰보네/ 담 구석에 버려진 짧은 등잔대!라고 노래한 것이었다. 부귀하게 되면 가난했던 시절의 경험을 담 구석에 버리는 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벼슬길은 그리 순탄한 길이 아니다. 그래서 벼슬길을 환해(宦海)을 건너는 기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자기 수양을 쌓은 선비는 스스로를 이렇게 되돌아보고 채찍질 하곤 했었다. 이 환해란 말은 곧 큰 파도가 이는 거친 바다라는 뜻이다. ()나라 때 육이첨(陸以沾:1801~1865)이 쓴 <냉려잡식(冷廬雜識)>환해파도 깊이는 측량 할 수 없구나/ 안온하게 배를 거둔 자 몇 사람인가라는 구절이 있다. 벼슬길의 파도는 깊고 깊어서 안온하게 항해를 마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뜻으로 풀이 된다.

 우리나라의 고려말기 문신 이규보(李奎報:1168~1241)술에 취해 고향으로 가는 길은 평탄하지만/ 환해는 분노한 파도가 미친 듯이 몰아치누나.라고 노래했다. 낙향 길은 평탄하지만 벼슬길에는 미친 파도가 몰아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환해를 피하는 좋은 처신이 굴원(屈原:BC 343~BC 277)<어부사(漁父詞)>에 나오는 탁영탁족(濯纓濯足)이다. 때에 따라서는 갓끈을 씻기도 하고 발을 씻기도 한다는 뜻이겠다.

 벼슬에서 추방당해 낙담해있는 굴원에게 한 어부가창랑수가 맑구나 내 갓끈을 씻으리/ 창랑수가 흐리구나 내 발을 씻으리라고 노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처신은 쉽지 않은 법이다. 허균은저 벼슬길은 근심뿐인데/ 환해(宦海)의 치솟는 파도 두렵도다.라고 노래했지만 끝내 벼슬길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사형당하고 말았던 기억이 새롭다.

어디 허균뿐이겠나. 허구한 많은 선비들이 자기욕심과 방만한 처신으로 내 쫒기고 길거리의 발끝에 차이는 돌멩이처럼 된 선비들이 많지 않았던가? 우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이를 경계하고 스스로를 수양하며 슬기롭게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해 슬기롭고 과욕을 피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지혜와 수양된 몸으로 언제나 미래에 닥쳐올 위기를 벗어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싶어진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하던, 어떤 환경에 처하더라도 초심에 먹었던 마음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말이 생겨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선량(善良)들은 이를 더욱 명심하고 자중하며 처신에 조심해야 할 것이라 여긴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함양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농협
광고
광고
가장 많이 읽은 기사
6.13지방선거 함양군 투표마감...최종 투표률 77.9% / 함양신문
경남지방경찰청 ‘함양군수 후보 A씨’에 대한 수사 / 함양신문
6.13 지방선서 함양군 당선자 / 함양신문
[사설] ‘가랑잎이 솔잎더러 바스락거린다고 한다’ / 함양신문
서춘수 함양군수 당선소감문 / 함양신문
임창호 군수, 기부금사건 대법원 기각 선고 / 함양신문
함양신문 26년의 여정 / 함양신문
6.13 지자체 선거 D-2 선거막판,뜨거운 유세장 분위기 / 함양신문
6.13지방선거 함양군 사전투표마감…투표률 38.69% / 함양신문
지리산천왕축제, 강력한 희망메시지를 전하다 / 함양신문